3일 오전 5시 발표 동시에 발효 … 수위·범위 등에 촉각20% 보편관세 등 3개案 검토 … 韓 주력사업 타격 상당 미 FTA 재개정 요구 가능성 … "관세 후 내밀 협상카드"고조되는 통상 압박에 정부 협상·대응 역량 중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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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2일(현지시간) 베일을 벗는다. 그동안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국가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차부품 등 일부 품목에만 국한됐던 관세가 전 세계로 무역전쟁 전선을 넓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예외없는 상호관세 부과를 공언한 만큼 한국 역시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미국 백악관은 2일 오후 4시(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발표와 동시에 발효된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이야기해 왔고 내일이 그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상호관세에는 미국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미국 기업·근로자·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평한 역외 세금, 비관세 장벽 또는 조치,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나 차별, 환율 등이 고려된다.앞서 미국은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지난달 12일부터 부과하고 있다.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3일부터 발효된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유예하는 조치도 2일 종료된다. 이들 국가에 대한 유예가 재연장될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중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도 미국에 보복 관세 카드를 내세우고 있어 글로벌 통상 질서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교역국부터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관세 사정권에 들었다는 관측이다.한국은 지난해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국 8위에 해당한다. 미 당국자들은 그간 한국을 주요 대미 흑자국 중 하나로 거론해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전년(444억달러)보다 25% 늘어난 557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경신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을 상대로 상당한 무역흑자를 내 고세율 관세가 부과될 '더티 15(Dirty 15)'에 한국이 포함될 우려감도 큰 상황이다.상호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베일 속이다.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국가별 상이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일부 국가에만 대미 수출품 전반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 3개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제에 부정적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이 다르게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한만큼,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수출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통상당국이 트럼프 행정국에 면제가 어렵다면 적어도 주요국들 대비 한국이 차별적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뜻을 재차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미국은 무역대표부(USTR)이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았다. 한국에 대해서는 국방부의 절충교역, 자동차 시장 환경 규제, 미국산 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제한 문제, 유전자변형작물(GMO) 규제, 네트워크 망 사용료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
- ▲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 ⓒ연합뉴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미간 대부분 상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지만 상호관세가 부과된다면 FTA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 경제 중심의 한국은 대미 의존도가 높아 관세 맞불을 놓는 캐나다나 유럽연합과 같은 대응에 나서기도 사실상 어렵다.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하거나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상호관세 부과 이후 양자 협상을 통해 세계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서다.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먼저 때리고 미국 현지투자 확대 등 상대국이 내민 협상카드에 따라 기존 무역협정을 다시 적용하거나 아예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심화되는 만큼 정부의 협상·대응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곽 교수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계산한 후 부과하는 일방적인 상황이어서 이후 협상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대미수지 흑자의 80%가 다시 미국 내 투자로 환원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상호관세가 기존에 발효된 관세들과 중복될 가능성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특히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는 철강, 자동차 산업 등이 비상이다. 지난달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된 철강과 3일부터 25% 관세 적용이 예고된 자동차에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 약화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이미 수출도 감소 추세다. 올해 1분기 한국 수출이 1년 전보다 2.1% 감소한 상황에서 같은 기간 자동차와 철강은 1.3%, 6.9% 줄어들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기준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이 전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비상이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상호관세가 중복 적용될 경우 상당히 치명적일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는 딜러들에 차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고지했고 도요타는 고정비 삭감을 통한 판매가 동결을, 폭스바겐은 결정을 유보하는 등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매우 복잡한 함수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아울러 "5월 3일부터 25% 관세 적용이 예고된 자동차 부품의 경우 1차 밴더 같은 수십개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응이 어렵다"며 "부품회사들에게 부과되는 관세만큼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하면 납품을 포기하거나 도산할 기업들이 부지기수"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