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회사 사외이사 철폐, 회장 책임 명문화"황제 경영 막기 역부족" 실효성 의문도

  •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갈등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연내 금융지주 회장의 '황제 경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처럼 금융지주가 100% 소유한 완전 자회사인 경우 소속 사외이사를 없애고 금융지주 회장의 책임을 명문화해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거수기' 없애고 권한 행사 투명하게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이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회를 거쳐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주사의 책임은 강화하되 권한은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황제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문서나 공개 석상이 아닌 말이나 전화 등을 통해 비명시적으로 지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소위 '금융 4대천왕'처럼 제왕적인 권력을 누렸던 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나올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도 없앨 방침이다.

국민은행처럼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의 사외이사는 금융지주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주가 사외이사의 임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 '관피아 인사 막을 터'

공직자 또는 국책연구기관 출신 인사나 유력 정치인 등이 금융지주 회장을 차지하는 관행도 없어진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관피아' 등이 관계 기관에 재취업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료나 정치인 출신 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 '황제 경영 막겠다고? 글쎄…'

하지만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방안이 실효성 있겠느냐는 의문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은 금융지주 완전 자회사의 경우 소속 사외이사를 없애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과 관련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윤 위원장은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금융지주사 소속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지주사 회장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결국 형태만 달라질 뿐, 어느 쪽이든 '예스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피아' 척결을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도 윤 위원장은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낙하산 인사를 척결하겠다는 말은 지난 2007년부터 나왔다. 7년이 지난 지금, 낙하산 인사는 여전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관료나 정치인 출신 인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금융당국자의 말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윤 위원장은 "다음 인사부터 낙하산을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언제까지 '다음'타령만 할 것인가. 결국 지금 있는 낙하산은 이대로 두겠다는 얘기"라며 "현재의 낙하산부터 정리하는 것이 옳은데, 공직 후배가 선배를 정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에 제도 탓만 하며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