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만에 변경 시행 첫 주 보고율 97.7% '성공적''변화에 대한 두려움' 강요하는 '꼼수'도 가려내야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석유주간보고제가 시행 후 첫 보고인 7월 1주차 보고를 무사히 마쳤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주유소협회와 몇몇 주유소 운영자들은 '주유소의 업무량이 폭증해 과도한 인건비만 늘게 될 것'이라며 동맹 휴업까지 선언하며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그들이 우려했던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석유관리원은 7월 1주차 보고율이 14일을 기준으로 97.7%를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우편 접수분 마감 전까지의 수치이며, 업체 유형별로는 석유정제업자(정유사 등) 100%, 수입사 87.5%(16개사 중 14곳), 대리점 100%, 보고율이 가장 저조할 것으로 우려됐던 주유소는 97.6%로 집계됐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1차 보고기간인 지난 7일과 8일 양인간 석유관리원의 수급보고 안내센터로 약 1만여 건의 보고관련 문의전화가 폭주하기는 했으나, 이는 대부분 단순 문의나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주간보고제 때문에 업무량이 폭주했다거나 인건비가 늘었다는 피드백은 아직까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전에 비해 보고 방법이나 보고 시스템이 훨씬 간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 석유관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석유관리원은 단순확인요청 문의 전화가 시행 초반에 몰리는 것이 대비해 콜센터 인력을 기존 10명에서 32명까지 늘리고 아르바이트 인원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주유소협회 측이 주간보고제 시행을 반대했던 저의가 의심스러워진다. 그들이 불법 파업까지 선언하며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던 '업무량 폭증'과 '인건비 증가'는 전국 1만3000여개의 주유소 중 어디에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의 동맹 파업 선언 당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월간보고에서 주간보고로 바뀌는 내용은 원래 협회 측에서도 동의했던 내용인데 이제와서 저렇게 반대하는 게 황당하다"면서 "협회에서는 동맹 휴업에 참가 의사를 밝힌 주유소가 3000여개라고 했지만 참여 회원사들이 바뀌는 주간보고제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참여하는 것인지, 협회에서 설명한 말만 믿고 참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주유소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1만2621개인데, 거기서 걷히는 회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면서 "보고기관이 협회가 아닌 석유관리원으로 바뀌게 되면 회비 걷는 일은 물론 앞으로 회원사를 유지하는 일도 여의치 않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협회 측은 본인들이 내세운 우려들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유소 회원사의 의견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할 협회가 오히려 회원사들의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에 이용하려 한 것이다.

    지난 1972년부터 시작된 석유제품 수급거래 보고제도가 우여곡절 끝에 40여년만에 처음으로 바뀌었다. 정책 시행 전 우려됐던 사안들은 대부분 기우였던 것으로 판명났다. 누구나 갑작스러운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강요하고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그 뒤에 숨겨진 '꼼수'를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일부 주유소 사장들의 불만이 회원주유소 전체의 의견인양 생활필수품인 석유제품을 볼모로 협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가짜석유제품 관련 탈세 사건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석유제품에 부과된 세금이 과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주간보고제를 통해 가짜석유로 인한 탈세와 안전 사고 등을 방지하고 국가 에너지 수급 정책에도 기여하겠다는 석유관리원의 초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석유 유통 시장을 깨끗하고 투명하게 유지해 비정상적인 석유시장의 정상화를 이루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