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여명에 달하는 협회 회원사 관리 어려워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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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주유소협회와 정부가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도의 시행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협회 측이 이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7월 1일부로 기존의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월간보고를 주간보고제로 바꾸고 보고 기관을 기존 주유소협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석유관리원으로 변경한다.

     

    그러나 당초 이 같은 산업부의 의견에 동의했던 주유소협회 측이 시행을 앞두고 돌연 동맹휴업을 선언하는 등 정부의 의견에 맹렬히 맞서고 있다.

     

    협회 측은 "정부의 주간보고제는 가짜 석유 근절 효과는 없고 오히려 주유소의 업무량이 폭증해 과도한 인건비만 늘게 된다"면서 생존권 사수를 위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월간보고에서 주간보고로 바뀌는 내용은 원래 협회 측에서도 동의했던 내용"이라면서 "가짜 석유 근절을 위해서 꼭 필요한 주간보고제를 이제와서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유소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1만2621개인데, 거기서 걷히는 회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면서 "보고기관이 협회가 아닌 석유관리원으로 바뀌게 되면 회비 걷는 일은 물론 앞으로 회원사를 유지하는 일도 여의치 않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월간보고제도는 5월 판매량을 집계한다고 가정했을 때, 각 주유소가 자체 집계한 5월 판매량을 다음달인 6월 15일까지 협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협회는 이를 취합·정리해서 석유공사에 6월 25일까지 전달한다. 이 자료를 가짜석유 단속을 담당하는 석유관리원이 받게되는 시점은 7월 2일경이 된다.

     

    즉, 5월 판매량을 7월 초에 받게 되기 때문에 너무 오래된 자료를 전달받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자료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여러 기관과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중요 데이터가 손실되는 문제도 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석유제품 거래보고 자료는 각 주유소의 영업노하우와 경영실적 등이 담긴 중요 데이터인데 협회 측에서 이를 열람해 회비 등을 차등부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짜석유 근절은 물론, 중요 데이터의 보안을 위해서라도 주간보고제 실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보고 단계 자체를 줄이고 석유제품 거래상황을 보고 하는 주유소 측이나 보고 받는 기관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산보고장치를 도입한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연간 가짜 석유로 인한 탈세가 1조원, 무자료 거래 석유로 인한 탈세는 3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주간보고와 자동 보고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러한 탈세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뿐만 아니라 보고하는 입장에서도 간편하고 정부도 정확하게 편리하게 이 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전산보고가 시행되면 주간보고가 아닌 일일보고도 가능해진다"면서 "원래는 일일보고를 추진했으나 주유소협회 측에서 반대해 주간보고로 협의한 것이다. 국회와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승인까지 받은 사안인데 이제와서 협회가 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12일 3029개 주유소가 참여하는 동맹휴업을 예고했으나 정부 쪽에서 이를 '불법 행위'라고 지적하며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협회는 12일 새벽 2시까지 산업부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동맹휴업을 24일로 유보한 바 있다. 동맹휴업이 예고된 24일 전까지 산업부와 협회는 계속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협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협회의 한 관계자는 "동맹휴업에 대해 정부 쪽에서 이렇게 강경한 입장으로 나올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동맹휴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던 3000여개의 주유소들도 정부가 불법파업을 실행할시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