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건강회복' 몰두, 정몽구 회장 '자택서 하반기 경영활동 구상'
주요그룹 총수 3군데 구속집행..'여름휴가 해당無'

[좌측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국내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갖가지 상황으로 사실상 여름휴가를 반납해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판·건강문제 등으로 일체 외부활동이 불가능한 갑작스러운 사정, 혹은 상반기 실적 부진에 하반기 경영환경 역시 녹록치 않을 전망에 총수들의 고민이 깊어진 까닭이다.

23일 재계 한 임원은 “각 그룹 오너들은 마음 놓고 휴가를 보낼 분위기가 아니다. 당장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글로벌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실적 걱정 등 고민이 깊다. 주어진 몇일이라도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요그룹 총수 대부분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우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두달 넘게 병원신세를 지고 있어 회복치료에 더욱 전념할 분위기다. 그의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남매도 아버지의 간호에 몰두할 예정으로 휴가를 반납하고 경영공백을 최소화 시킨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 이후 귀국한 뒤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며 정상 집무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건강상태가 악화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자택에 머물며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됐을 때 깊어진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 곤란, 당뇨병, 우울증 등을 완화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최근 불편한 몸으로도 법원의 사회봉사명령 이행을 위해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에 따라 수감된 최태원 SK 회장 대신 SK그룹을 이끄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휴가를 포기했다. 그룹이 위기상황이라 휴가기간에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마찬가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신장 이식 수술 뒤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한채 구속집행이 연장됐다. 지난 4월 3번째 구속집행정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재연장 신청을 기각했지만, 그는 결국 건강 악화로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중으로 애당초 휴가는 다른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또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000억 원 규모의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상태인가 하면, 구자원 LIG 사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건강악화로 풀려난 상태다.

그런가하면 자택에서 조용히 쉬며 경영구상에 시간을 보낸다는 총수들도 눈에 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특별한 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환율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하반기 경영 활동을 구상하거나, 휴가 기간 출근해 업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7월 말부터 8월초 사이 휴가를 내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웅렬 코오롱 회장도 국내에서 회사 현안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3일부터 3박4일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되는 대한상공회의소제주포럼 참석 후 자택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23일부터 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는 전경련 ‘최고경영자 하계포럼’에 참석한 뒤 짧은 휴식과 더불어 하반기 경영을 구상한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재계 15위권 그룹 중 3곳의 총수가 구속돼 재계 분위기 자체가 우울한데다, 타 그룹들 역시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쳐 비상경영 체계에 돌입하는 등 올 여름 휴가는 총수들에게 부담스러운 기간일 수 밖에 없다“며, ”그룹 수장들은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계열사별 현안과 경영 구상 등 예년보다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