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악재속에 소모적 국론분열 OECD "한국 사회통합 꼴찌"고욕확대, 신산업 육성 통해 위기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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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관통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와 군(軍)사태는 분열과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여기에 흔들리는 정치 리더십,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 심화하는 경제 양극화 속에 갈 길 먼 사회 통합...
총체적 위기의 풍랑 속에서 ‘대한민국 호(號)’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향후 20년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통일한국의 위상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이 현재의 고비를 넘겨 선진국으로 안착하기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이 오는 2030년 통일한국으로 당당하게 발돋움하기 위한 '대한민국, 이제 도약하자!'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만만찮은 도전과 시련의 시기를 우리는 하나가 되어 넘어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뉴데일리 창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통과 화합, 변화와 혁신의 좌표를 새로 세우는 기회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
#몇해전 TV홈쇼핑에서 “대한민국을 등지고 영원한 캐나다 국민이 될 수있는 기회를 팔겠다”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1,000명 모집 예정에서 10분만에 983명이 몰려 방송은 조기 종영됐다. 역대 홈쇼핑 사상 최고의 판매기록까지 세웠다는 후문이다. 이민 상품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것과 최고의 판매기록을 세운 것, 또 삽시간에 품절된 현상은 아직도 씁쓸한 광경으로 각인돼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이민의 이유에 있다는 게 더욱 그렇다.
이유는 명쾌하다. 지금 힘들어도 잠시만 참으면 희망찬 미래가 다가올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면 '탈(脫) 한국' 열풍이 이렇게 심했을 리가 없다.
국력 신장에 비해 불경기와 취업난, 치솟는 교육비, 국론분열상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모두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 사회통합"
잇따라 터진 대형사고의 악재속에 국론을 분열시키고 소모적인 논쟁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했던 올 한해다.
그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에 현재 가장 필요한 정책은 사회 통합이라고 지적한 것은 뼈아픈 우리의 자화상이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1995년 당시 21위였던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15년만인 2009년 24위로 떨어졌다. 사회통합지수의 경우, 주요 구성항목의 순위가 나란히 떨어져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안전 부문에 해당하는 항목인 실업률, 노령자에 대한 사회지출, 노령 고용률, 도로사망률, 건강지출비율, 자살률, 10만 명당 수감자 수에서는 OECD 국가 중 1995년 25위에서 2009년 꼴지로 떨어진 것. 복지·분배 부문 순위는 15년 전과 비슷한 27위를 기록했다. 또, 관용사회 부문에 해당하는 장애인 노동자 관련 법률 수, 타인에 대한 관용, 외국인비율 부문도 25위에서 꼴찌로 전락했다.
박명호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갈등 조정 기능이 미약하고 남에 대한 배려 등 공동체 정신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올해는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사회 안전판이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 통합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와관련 국가개조론을 내세워 민심의 대통합과 국정 방향에 대한 보편적 공감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한 나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 '관피아가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언(公言)이다.
박 대통령의 '100% 대한민국'은 소외된 국민을 모두 끌어안겠다는 의지는 역대정권보다 확고하다는 평가다. 100%란 숫자는 "경제와 정치 권력의 상위 1%의 이익이 나머지 99%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관념에 출발했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으로 삼기엔 매우 모호하다는 지적도 없지않다. 국민과의 공감대 창출 없이 대통합도 국가개조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003년 독일의 당시 총리 슈뢰더는 과도한 복지로 '유럽의 병자'로 불리는 나라를 재도약시키기 위해 사회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했다"며 "정당 간 대연정으로 실용정치를 국론화해 나갔고, 독일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적대적인 사회그룹 간에 단일목표를 향한 일체감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소신으로 가질 수도 있고, 국력 신장을 위해 일정한 희생을 요구하고 향후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신념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을 솔직하게 국민과 소통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재일 단국대 교수는 "공공갈등을 관리해 사회통합을 이룩해야 한다. 사회갈등의 경제적 비용이 매년 82조∼246조원 정도로 정부예산의 72% 수준"이라며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할 경우 7∼21%의 GDP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정부 권한과 책무 명확화, 시민사회와의 협력 강화, 정부 갈등관리 실태에 대한 평가 실행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
◇ 활력잃은 경제, 고용확대 발등의 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며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최근 분석이다.
활력 잃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방안으로 고용확대가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 하락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임금과 생산성을 연동하는 임금직무 시스템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국내 주요 연구기관은 고용지표를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 자료를 통해 하반기 실업률을 상반기보다 0.6%포인트 낮아진 2.9%로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제 성장세 지속 및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노력으로 인해 단시간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전년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LG경제연구원도 하반기 실업률을 올해 상반기보다 0.6%포인트 낮아진 3% 내외로 예상했다.
연간 취업자수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LG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연간 취업자수가 5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연간 취업자수 39만명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희망적인 통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많아 '양보다 질'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높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의 상당부분이 고령자와 시간제 노동자로 구성돼 있어 고용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안전망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KDI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업자 증가의 대부분(82.4%)은 50대(27만 3000명)와 60세 이상(20만 6000명)이 차지하고 있으며,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를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대폭 확대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참사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증가 속도가 작년보다 높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좋은 조건이 아니더라도 일단 일자리를 구하려는 은퇴 연령층의 시간제 취업 등으로 고용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고용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한 고용창출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재정정책을 단기적 일자리 창출이나 공공투자보다는 기술개발(R&D) 등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 신산업 육성 속도 내야
미국 대기업은 위기때마다 기술 혁신으로 제조업을 부활·진화시켰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기술혁신으로 발전시키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해 2·5차 산업을 발굴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게 우리 경제산업계의 비전이다.
현대차의 경우 친환경차 개발에 올인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2월 수소를 연료로 하는 100% 무공해 차량인 싼타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도 대학, 연구기관 등 43개 기관이 참여하는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 수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부와의 협조를 통해 전기차의 핵심 부품과 차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나 삼성전자, SK 등 국내 간판 기업들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에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등 신기술 발전으로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누리고 있다"며 신성장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관련 국내 47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최고경영자 회의체는 내년 3월까지 '지속가능 발전 비전'을 내놓았다. 환경과 사회 문제까지 고려한 산업 성장 모델을 찾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다.
회의체는 내년 3월까지 각계의 의견을 모아 우리 산업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추구해야 할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에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혁명, 지속가능한 가치 사슬, 안전관리 등 4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각 분야에서 정부와 함께 육성할 만한 사업 방향과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게 협의회 측의 계획이다.
강태진 서울대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년째 마의 2만달러 장벽에 멈춰 있는데 이를 넘기 위해서는 신성장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들 산업이 주도적으로 성장할 경우 대한민국 2030년 세계 10대 경제 강국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