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온, 삼성SDI 삼총사 점유율 20% 선 붕괴 우려감 증폭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 투자 살펴보니 … "배터리는 정해진 미래"적자 기업 '세제혜택'? … 사실상 빈 손 내민 정부, '직접환급제' 도입해야
  • ▲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자동차 혁신, 전동화 기술의 핵심인 대한민국 배터리산업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 처럼 보인다.

    일시적으로 예측됐던 수요 정체 현상이 길어지고, 중국산 저가 제품 물량 공세와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삼중고에 허덕인다.

    수치로 보는 우리나라 배터리산업은 분명 위기다. 18.4%. 이달 초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글로벌 점유율이다.

    20%가 붕괴된 수치가 공개되자, 앞날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밀려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 질 것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지나치다.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어 이어 미래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 질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게 분명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배기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차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이동하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진행중이며,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은 전통 에너지 산업인 석유시장을 살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세계 최대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엑슨모빌의 최소 5배 규모)가 바라보는 미래 석유시장에서 수송용 연료(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연료)의 비중은 매우 부정적이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가 생산하는 석유를 시추해 전세계에 팔아 얻은 수익으로 운영되는 국가다. 운영하는 펀드 규모 역시 전세계 국부펀드의 25%를 차지한다. 석유 판매량에 따라 국가 흥망성쇠로 직결된다.

    그러나 최근 아람코의 석유시설 투자 방향을 보면, 수송용 연료 생산 시설 증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바이오디젤, SAF(지속가능항공유), 선박용 바이오중유 등 연료 시장에 부는 친환경 바람에 따라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 미래가 달린 새로운 석유 수요처 확보를 위해, 휘발유 등 수송용 연료가 병산되지 않고 곧바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원료가 생산되는 전용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9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다. 이 같은 규모의 투자가 한국, 중국 등 전세계 5곳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새로 투자되는 시설에서 병산되는 수송용 연료는 전혀 없다. 석유의 활용처가 자동차 등의 연료가 아닌, 소재산업으로 이어지는 석유화학산업 원료로 방향을 완전히 바꿔 버린 것이다. 더 이상 수송용 연료시장에서의 석유 수요가 증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수송용 연료시장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고, 자동차산업의 전동화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국내 배터리 삼총사의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약 1763만 대를 기록, 2023 대비 26.1% 증가했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또한 894.4GWh로 전년비 27.2% 급증했다.

    중장기 전망도 밝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030년 4500만여 대로 내다봤다.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40%다. 또 2035년에는 신차 2대 중 1대가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의 활약상 역시 괄목한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점유율 9.5%를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에 이어 2위며, 미국 업체인 GM(8.7%), 포드(7.5%) 등을 웃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삼총사들도 분발 중이다.

    저가 제품 융단 폭격으로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각각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3위, 5위, 7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순위는 각각 2위, 3위, 5위로 올라간다. 특히 SK온의 경우 배터리 사용량이 13.7%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배터리 사용량 3위를 기록 하기도 했다.

    삼총사 뒤에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양극재 글로벌 Top 5인 에코프로, 엘앤에프(L&F), LG화학 등이 버티고 있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은 전 세계 글로벌 Top 10 음극재 생산 기업 중 유일하게 비 중국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비·설비 업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장은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양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전극-조립-화성 등 배터리 제조 전 공정에 걸쳐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공급한다.

    K-배터리 3사를 필두로 양극재, 음극재 기업을 비롯, 국내의 수많은 중소·중견 장비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공급망에 필요한 것은 의심 보다는 지원과 응원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결단이 먼저다. 

    옆집 중국에서는 보조금 지급은 물론, 세제 혜택, 글로벌 진출 시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재정적 지원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또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확보에 직접 나선다. 또 업체가 요구하면 광산까지 무상으로 준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이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는 막대한 투자비 부담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적자기업에게 세제 혜택은 무용지물이다. "낼 세금조차 없는데… 세제혜택이라니" 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사실상 혜택이 거의 없는 법인세 감면 중심의 재정지원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하는 '직접환급제' 도입은 기본이다.

    직접환급제란 기업이 투자한 세액공제액을 영업이익이나 손실과 관계없이 현금으로 정부가 돌려주는 제도다. 트럼프 정부 이후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IRA 직접환급, 미사용 공제액 양도, 유럽의 매칭보조금 등 현재 해외 주요국에서 배터리기업 유치를 위해 시행 중인 지원책이다.

    배터리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고금리와 경기둔화로 전기차 수요가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지금이 전선을 재정비 할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타이밍에 정부가 걸림돌이 되서는 안된다.

    전기차 캐즘으로 시장은 옥석 가리기 과정에 돌입했고, 결국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만 살아 남게 된다. 시장 재편이 끝나는 순간, 폭발적 성장세는 앞서 여러 시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반드시 온다. 

    새로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중국 견제다.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비록 K배터리 연관 업계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글로벌 수송용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인 배터리 시장에 누구보다 앞서 탔고, 터널의 끝은 분명 지나가기 마련이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미국 IRA같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직접환급제(다이렉트페이)'를 도입해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 시장의 의심을 응원으로 바꿔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