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협회 등 6곳 고강도 수사 진행중수집운반 및 1차 처리업체 원료價 및 납품價 조정 의혹정부, 대기업 앞에선 '약자' 코스프레 … 영세 업체엔 '갑질'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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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생성 이미지.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 등 국내 바이오에너지 시장이 개화한지 20여년(2002년 5월 시범보급사업 시작)이 흘렀다.버려지는 식물성 유지(폐식용유, 유채유 등)와 동물성 유지(소기름, 돼지기름 등)를 메탄올과 반응시켜 생산한 친환경 수송연료(지방산 메틸에스테르)는 기존 경유 차량 엔진의 설비 변경 없이 사용 가능하다. 특히 폐식용유 재활용을 통한 수질 개선 및 연료로 사용시 대기오염물질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가뜩이나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사용량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입장에서 가장 빨리 시장을 확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고, 환경부와 산업부 등 정부는 발빠르게 지원책을 마련했다.이를 기반으로 바이오디젤(BD4), 바이오중유(발전용) 시장을 넘어 바이오선박유,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여년전 영세했던 관련 기업들도 '매출 1조 돌파', '미국, 유럽 등 수출시장 개척', '해외 설비 증설 및 구축' 등 영토확장도 활발하다.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과 대기업인 정유업계의 상생을 등에 업고, 바이오에너지산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흐뭇하다.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은 바이오에너지 업계에 대한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3월 둘째주(10~14일)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와 DS단석(연 생산량 3억4000만ℓ), SK에코프라임(매각으로 SK그룹과 상관 없는 외국계 PEF소유. 3억3000만ℓ), 애경케미칼(2억ℓ), JC케미칼(1억6500만ℓ), 이맥솔루션(1억ℓ)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또 3월18일부터 20일까지 2차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확보된 자료를 분석중이다.협회에 가입된 5개사의 바이오디젤은 국내 거래 물량 대부분(8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폐식용유 등 원자재 구입가격과 정유사 및 발전사에 납품하는 출고가격 등을 수년에 걸쳐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아래로는 영세한 수집운반 및 1차정제업(중상)에 원료가격을 후려치는 갑질을, 위로는 대기업인 정유사를 상대로 혼합의무화(RFS) 제도를 악용, 납품가격을 담합해 왔다는 것이다.사실이라면, 정부와 발전사, 대기업 정유사 앞에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뒤로 못 된 짓을 하는 '양의 탈을 쓴 늑대'였던 셈이다.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A업체의 경우 이미 영세업체들의 영역인 폐식용유 회수시장에 진출하면서 강한 반발을 샀고, 협회를 중심으로 대기업 정유사 한 곳을 끌어들여 반 강제 상생협약을 맺어 물량 구입을 요구한 후 회원사 5곳에만 기회를 준다.대기업들의 시장 진출 및 확대는 기를쓰며 막으면서, 영세업체들이 감당 못할 막대한 수준의 자금력(폐유 수입업자 보증금 대납)을 바탕으로 영세업체의 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한다.현재 가장 규모가 큰 바이오디젤시장을 살펴보면, 생산 제품은 정유사에 납품된다. 정유사들은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와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한 경유(디젤)에 정부가 정한 비율(현재 4%, 2030년 5~8%까지 확대)을 섞어 주유소를 통해 공급된다.디젤자동차 소유자들은 본인의 의지나 선택이 아닌, 강제적으로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 바이오디젤 4%를 사용하는 셈이다.경유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바이오디젤 판매량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초기 바이오에너지 직접 진출을 타진 했으나, 당시 산업부의 반대로 진출이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되진 않았지만, 바이오에너지 육성 지원 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참여를 노골적으로 반대 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공정위의 조사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가 아닌, 내부고발(신고포상금 최대 30억원)로 촉발된 것으로 전해진다.공정위의 담합 조사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미 2주간 현장 조사가 마무리되고 사건 분석에 나선 만큼, 업체간 진흙탕 싸움인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불보듯 뻔하다.최대한 빨리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방식으로 향후 시정조치와 과징금 철퇴,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피하기 위한 협회 등 5개사들의 리니언시 1~2등 경쟁은 이미 시작 됐을지도 모른다. 공정위가 실패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공정거래법 제40조 '부당공동행위'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이나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제한하는 행위(카르텔, 담합, 짬짜미)를 철저히 근절하고 있다.금지되는 유형 역시 구체적이다. ①가격담합 ②거래조건담합 ③수량담합 ④시장분할담합 ⑤설비제한담합 ⑥종류·규격제한담합 ⑦조인트벤처담합 ⑧입찰·경매담합 ⑨기타·정보교환담합 등이다.얼핏 봐도 몇가지가 걸린다.협회는 지난 2022년 초 '상생협약'이라는 명분으로 B정유사의 전체 필요량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쉽지 않은 결과를 끌어 낸 셈이다. 전혀시장의 약자처럼 보이지 않는다.기존 구매 물량을 줄이지 않고 수년간 더 보장을 해주는 방식에, 5개 회원사들에게만 입찰 참여 자격을 준다. 사실상 회원들의 짬짜미 입찰 가능성을 열어주고, 대기업 경쟁사의 설비 증설을 간접적으로 막은 셈이다.이 행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3, 4, 5번 위반처럼 보인다. 담합의 대상에는 기업, 협회는 물론, 단통법 사례에서 봤듯 정부 기관도 피할 수 없고, 그 대상이 된다.오랜 세월 정부의 우산 속에서 사업을 이어 온 협회 5개 회원사는 대기업집단, 외국 PEF 소유 기업, 대규모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애경케미칼(2023년 총 매출 1조8000억, 바이오디젤 3000억)은 AK홀딩스가 60.3%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집단이다. SK에코프라임(2023년 매출 6425억)은 외국계 PEF인 힐하우스 캐피탈(중국계 2022년 기준 운용자산 660억달러)이 100% 보유 중이다.DS단석(2023년 매출 1조700억. 바이오디젤 4000억)은 코스피 상장기업이며, JC케미칼(2023년 매출 4392억, 바이오디젤 3000억)은 자본금 600억에 3500억 매출의 서울석유가 40.3% 보유한 회사다. 이맥솔루션 역시 2023년도 매출액이 2385억에 달한다.영세한 에코솔루션(매출 397억), 지알아이(500억) 등은 회원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사실상 협회를 중심으로 한 회원사들만의 이권 카르텔이 공고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이번 공정위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만약 담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20여년 정부의 바이오에너지 지원정책이 부도덕한 협회와 소수회원 기업들의 부정경쟁으로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담합'은 기업 성장 과정의 성장통이 아니다. 범죄다. 갈수록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올바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공정위 조사로 문제가 드러난 기업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이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