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500만원 받고 3개월 내 퇴직시 1.5억 더 받아주요 9개 기업 대법 판단 앞둬… '먹튀' 늘어날라 촉각임금체계 전반 악영향… 경영 불확실성에 저임금 노동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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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킨텍스에서 열린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성과급을 퇴직금에 반영해달라는 노조의 소송이 이어지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조건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지난해 대법원 판례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이번 성과급 소송 역시 기업들에 연쇄적 인건비 충격을 안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영성과급 관련 토론회’에서는 “제2의 통상임금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해상 등 주요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9건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면 퇴직금뿐 아니라 산재보험 급여, 각종 법정수당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1500만원의 성과급을 받고 3개월 내 퇴직한 30년차 대기업 직원의 퇴직금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성과급 받고 뻥튀기 퇴직금 챙기고 퇴사’하는 일종의 ‘먹튀’ 우려가 현실화되는 셈이다.김희성 강원대 법전원 교수는 “성과급은 본질적으로 기업 이윤을 나누는 배당에 가까운 구조이며, 중소기업에는 애초에 없는 제도”라며 “이를 임금으로 간주하면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가 더욱 심화된다”고 말했다.하지만 노동계는 “성과급이 정기적·지속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다면 평균임금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맞선다. 실제로 현대해상, 한국유리공업은 노사합의서나 단협에 성과급 기준이 명확히 명시돼 있어 하급심에서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받았다.쟁점은 ‘근로의 대가성’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성과급은 실적보상 외에도 복리후생·충성도 유도 등 다양한 목적이 섞여 있고, 지급 여부도 불확정적이다. 이를 근로 대가로 인정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통상임금처럼 성과급까지 임금으로 본다면 기업 보상 시스템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성과급에 앞서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례는 이미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근로자가 정해진 근무를 마쳤다면 재직조건, 근무일수 등과 관계없이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된 수당은 통상임금”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 이후 기존의 ‘고정성’ 기준이 사라지며, 정기상여금은 물론 실적과 무관한 조건부 수당들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다.이에 따라 기업들은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체계 전반의 개편을 검토 중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상여금 850%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수당을 지급하기로 노사합의했지만, 조종사 노조는 별도로 비행수당도 포함시켜달라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소송 대신 노조에 ‘1인당 위로금 2000만원’을 제안했다. 요구가 수용되면 위로금만 8200억원에 달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 등도 최근 명절상여금과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휘말렸고, 한국경총은 조건부 상여 통상임금 인정 시 연 6조7889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대기업의 1년 치 순이익의 약 15%에 해당한다.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번 판결로 현금흐름이 어려운 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그만큼 신규일자리 감소 등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임금항목을 축소하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임금체계개편이 궁극적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