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업계 오프라인 매장방문 유도위해 새 복합공간 창출
백화점, 진열방식이나 정형화 돼 있는 공간의 경계 과감히 무너뜨려야 진가가 발휘
수입브랜드 확대위한 고급 공사에 말 포장? "라이프스타일숍의 참맛 안 느껴져"
  • ▲ 산업부 배태랑 기자
    ▲ 산업부 배태랑 기자

    [취재수첩]2014년 패션·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든 가장 큰 화두는 바로 '라이프스타일숍'일 것이다.

    패션·유통업계가 오프라인 매장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패션상품은 물론 다양한 리빙 아이템을 진열한 새로운 형태인데, 제품 구매 외에도 분위기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어 최근 흥미로운 쇼핑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생활 잡화용품을 한 데 모아놨다고 해서 모두 라이프스타일숍이라 일컫는 것은 아니다. 일반 마트나, 다이소 등을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그저 인테리어와 생활용품에 패션을 함께 선보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알찬 구색을 갖춰서 주요 대상에게 공감을 얻고 원스톱 쇼핑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공감'에는 마치 소비자가 생활하는 집이나 그들이 목표로 하는 삶·철학을 압축해 놓은 듯한 공간 연출이 필수다.

    라이프스타일숍의 열풍이 불면서 백화점업계도 대대적인 리뉴얼까지 단행하며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들은 수십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며 각 브랜드 구역마다 라이프스타일숍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2014년의 라이프스타일숍'을 구현하기엔 뭔가 2%, 아니 20%부족한 느낌이다.

    라이프스타일숍은 진열방식이나 정형화 돼 있는 공간의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려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특히 패션의 경우, 인테리어소품과의 결합에만 머무르지 않고 화장품·식품·음악·취미생활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품목이 결합됐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때문에 각각의 카테고리와 품목들을 자유롭게 뒤섞어 진열하기에 한계가 있는 백화점은 비싼 비용을 들이고도 라이프스타일숍의 면모를 제대로 갖출 수 없다. 우리가 종종 가로수길 등에 위치한 일반 편집숍에서 더 큰 공감각을 느끼고, 소비자의 생활에 침투하는 '무언가'에 매료된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인테리어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 디자이너는 "백화점업계가 내세우는 라이프스타일숍은 최고급 인테리어에 값비싼 소품을 폼나게 얹어 '수박 겉핧기를 하고 있다"라면서 "수입브랜드 확대를 위한 고급 공사에 말을 포장한 것 뿐, 라이프스타일숍의 참맛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미 라이프스타일숍 문화의 성숙기에 접어들은 일본의 경우, 한 남성패션매장에선 이발소가 매장안에 들어서 있다고 한다. 그곳엔 진정한 신사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정교한 테일러메이드 의류와 그에 맞는 몸가짐을 지원하고 있다. 부가가치 및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보여주고자 하는 주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것이다.

    물론 백화점이 갖고 있는 장점과 매력을 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범위 내에서 이뤄낸 획기적인 변화(리뉴얼)는 분명 소소한 흥미와 신선함을 제공했다. 다만 그들이 비싼 비용을 투자해가면서까지 애써 제안한 공간인데, 고객공감을 얻기 위한 '무언가'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 ▲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는 새단장된 신세계백화점 본점 남성관. ⓒ신세계백화점
    ▲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는 새단장된 신세계백화점 본점 남성관. ⓒ신세계백화점

     

    사진 제공=신세계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