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인하 사이클 종료 아냐" 해명에도 국채금리 급등금통위 전망 ‘3대3’ 팽팽… 동결 의견 1→2→3명으로 증가성장률 상향·매파적 통방문 변화에 '인하 종료론' 확산AI·관세·글로벌 둔화 충격 땐 韓경제 급랭…인하 압력 다시 커질 수도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은 논의조차 없다", "인하 사이클 종료도 아니다"라는 신호를 연거푸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기대 소멸'로 받아들이며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성장률 전망 상향, 통화정책방향결정문 문구 조정 등 일련의 조합이 예상보다 더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다.

    이날 국고채 3년 지표물 금리는 이 총재의 간담회 이후인 오후 12시35분께 전일 대비 9.4bp 급등한 2.989%를 나타냈다. 채권시장은 이번 금통위를 전반적으로 '매파적 동결'로 해석한 셈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상향된 데다 통방문에서도 기존의 '금리 인하 기조' 문구가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조정되면서, 정작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신호가 더 짙게 드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총재의 톤관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통위는 시장에 '금리 내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인식을 강화한 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통위 내부도 기류 변화 뚜렷 … 금리 인하 끝나나

    이번 금통위에서는 신성환 금통위원이 유일하게 인하 의견을 냈고, 5명은 동결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향후 3개월 기준금리 전망은 정확히 '3대 3'으로 갈렸다.

    이 총재는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한 3명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물가 우려도 증대된 만큼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며 "나머지 3명은 성장 경로의 상·하방 위험이 있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8월과 10월 회의에서는 금통위원 6명 중 각각 5명, 4명이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위원이 3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동결 가능성을 크게 본 위원은 1명 → 2명 → 3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며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성이 한층 약해졌다는 점이 금통위 내부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한은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올해 성장률이 0.9%→1.0%, 내년 성장률이 1.6%→1.8%로 나란히 상향됐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이번에 현 시점과 3개월 뒤 금리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 논의를 제기한 위원은 없었다"며 "논의 대상도 아니고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자신이 언급한 '방향 전환(even the change of direction)' 표현이 시장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시그널로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채권시장이 흔들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표면적으로는 "금리 인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를 유지하려 한 셈이지만, 시장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보다 성장률 상향 조정, 통화정책방향결정문 문구 변경, 금통위원 내 인하 의견 축소 등이 더 설득력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실제로는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반도체·AI·관세 변수… 금리 경로 여전히 불확실

    다만 이 총재의 설명처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는 성장·물가 모두에서 대외 통상환경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상·하방 리스크가 공존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호조에 기대고 있는 '완만한 회복' 시나리오가 흔들릴 경우 통화정책의 방향성과 강도가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는 여지가 분명히 남아 있다.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난 것이 이번 성장률 상향의 결정적 요인이지만, 이른바 AI 버블의 과열 조정, 미국의 IT·반도체 관세 부과, 글로벌 경기 급랭 같은 외부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는 다시 급격한 하방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시장의 현재 해석과 달리, 한은 역시 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은도 11월 경제전망에서 반도체를 성장의 핵심 변수로 꼽으면서, 상승 시나리오와 하락 시나리오 간 성장률 격차가 최대 0.3%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본적으로는 완만한 회복을 그림으로 제시하면서도, 반도체와 대외 요인에 따라 성장 경로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