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연임 확정이 신호탄 … 우리·KB·하나도 유임 전망에 무게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인사 태풍' 대신 안정 기조정부, 성장펀드·생산적 금융 추진에 금융지주 필요 … 교체보다 동행 선택금감원 지배구조 개혁 압박은 변수, 승계 투명성·사외이사 독립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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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각사
금융지주 회장단 인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서 연임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를 계기로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 수장 '전원 연임·유임'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가 금융지주를 '재편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 집행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려는 기조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3년 회장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숏리스트) 4명에 포함된 상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 초 연임에 성공했다.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 정부 들어 4대 금융지주(우리·신한·KB·하나) 중 절반 이상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지주는 명목상 민간기업이지만 지분 구조가 분산돼 있고, 정책금융·외환시장·가계부채와 맞닿아 있어 정권의 금융 철학이 CEO 선임에 고스란히 투영돼 왔기 때문이다.그러나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급변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제히 증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압박'보다 '협력'으로 이동한 정부의 스탠스가 선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다.정부로서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와 생산적 금융 전환을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만큼, 4대 금융지주가 절대적 협력 파트너로 필요한 상황이다. 성장펀드의 절반(75조원)이 민간 자금으로 채워져야 하는 만큼, 금융지주의 참여 의지와 규모가 정책 성패를 결정짓기 때문. 실제 4대 금융지주는 국민성장펀드에 각각 10조원씩 부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권이 금융지주를 갈아 끼우는 것보다, 기존 CEO를 활용해 정책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쪽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진 회장의 연임 확정은 이러한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취임 이후 그룹 실적을 연달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글로벌·자본·건전성 관리에서 안정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재일교포 주주의 지지를 탄탄히 확보한 데다 정부와의 소통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 참석,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정책 정합성을 보여주는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다른 금융지주들도 유임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은 동일하다. 임 회장은 80조원 생산적 금융 전략을 가장 먼저 제시하며 정부의 '정책 파트너 1순위'로 떠올랐다. 양 회장은 디지털·AI 전환을 안정적으로 주도하며 신사업 기반을 강화했고, 함 회장은 PF 리스크 관리와 비용 구조 조정에 집중하며 조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다만, 감독당국의 견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일부 금융지주에서 형식적 경쟁 구조와 과도한 연임 의지가 목격된다"며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 지배구조 선진화 TF가 가동되는 만큼, 향후 연임 승인 과정에서 ▲사외이사 독립성 ▲승계 절차 투명성 ▲이사회 권한 집중 방지 등이 주요 심사 항목이 될 전망이다.지주별 잠재 리스크도 뚜렷하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 영향력 이슈,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의 실제 성과 가시화, KB금융은 수익성과 주가 흐름의 변동성, 하나금융은 PF 익스포저와 대법원 판결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연임·유임 기류를 뒤흔들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이에따라 금융권 전반에서는 "올해 인사 시즌은 전면 교체가 아닌 안정형 유임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 회장의 연임 확정이 그 흐름의 첫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단을 교체 대상이 아닌 정책 집행 파트너로 재정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유임 기류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