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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금명간 7개월 남짓 만에 이발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세월호 사고 이후 이발을 하지 않아 장발이 됐다. 장발족이 유행했던 1970년 대학생 때도 길러본 적 없는 머리다. 이발은 곧 세월호와의 작별, 사퇴를 의미한다.
이 장관 측근에서는 사퇴론 이후 불거진 여당 원내대표 경선이 이슈화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치인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장관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서는 진도군민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취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시기는 예산법안 처리 후
이 장관은 17일 오후 해수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범대본 해체와 맞물려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퇴와 관련,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관은 "(거취 문제는) 이미 손을 떠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어 "관료로서 함부로 말할 수 없어 그러는 것 같다"는 말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고문하지 말라"고 웃어넘겼다.
이 장관은 간담회 마지막 인사 때는 "앞으로 열심히 잘 살아가겠다"고도 했다.
1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사실상 이 장관의 사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보디랭귀지와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장관은 내년 예산처리는 마무리하겠다는 태도다.
그는 송년회와 관련해 "예산법안 처리하고서 어디 있든지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수차례 세월호 사고 수습이 끝나는 대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 11일 정부가 수중수색 중단을 공식 발표하고 정부조직법 등 '세월호 3법'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장관 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실종자 가족들이 이 장관의 사퇴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은 아직 변수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14일 인천시청 앞에 마련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 장관에게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장관직에 물러난다는 말이 있다"며 "하위 법령 등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데 제일 잘 아는 분이 마지막까지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앞선 11일 수중수색 중지 요청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은 그동안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진다며 아무리 작은 요청이라도 절대 외면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은) 이 장관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중에도 이 장관에 대해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됐다"며 "저희는 이 장관이 계속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해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인양에 관한 기술적 검토부터 인양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장관이 세월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길을 선택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 복귀 초읽기…사퇴론 직후 불거진 원내대표 도전은 부담
이 장관은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다. 이 장관이 사퇴하면 여의도 정가에 복귀하게 된다.
이 장관 측근에서는 사퇴론 직후 불거져나온 이 장관의 여당 원내대표 재도전론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이 장관이 세월호 사태를 거치면서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국민적 신뢰를 쌓은 것은 여의도로 복귀하는 정치인으로서 큰 수확이다.
하지만 장관직을 내려놓아도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는 4선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이라는 점과 사퇴론과 거의 동시에 불거진 원내대표 경선 이벤트가 자칫 정치무대 복귀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새누리당 유승민(3선·대구 동구을) 의원과의 원내대표 표 대결을 묻는 말에 이 장관은 "지금 얘기할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 장관 자신도 이 부분이 신경 쓰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이 장관과 유 의원의 2파전이 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장관은 2012년 제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 두 차례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경선에선 친박계인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8표 차이로 석패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이 장관이) 그동안 세월호 사고 수습이 끝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혀왔던 만큼 범대본 해체 시점에서 사퇴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사퇴론이 나오자마자 여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이슈화되는 것은 시기적으로 좀 그렇다"고 말했다. -
◇세월호 인양에 진도주민 의견도 반영…선박공유제 도입해야
이 장관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선 "진도군민 의견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 직후 진도 수산물이 잘 팔리지 않는 등 세월호 사고가 지역경제나 지역주민의 심리적인 부분에 끼친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장관은 그러나 인양이 사고원인 규명에 도움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인양 이후 기계 상태를 검증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모공원 조성에 대해선 "정부안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선박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선 "일본의 선박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내항여객 선사들은 영세하고 자본이 열악해 새 배를 만들 여력이 없다"면서 "일본에서 15~20년 된 중고 배를 사들여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속도로를 놓는데 몇조 원이 드는데 항만과 배도 기본 인프라로 생각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전체 백여 대쯤인 연안여객을 다 교체하는 데 1조4000억원이 들지만, (고속도로나 공항 건설과 비교하면) 큰돈이 들지 않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