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대 마더글라스' 직행... "PDP→LCD 이후 디스플레이패널시장 가장 큰 변혁기"업계 "뒷짐 질 일 아냐" 대응책 촉구에 8세대 선두주자 삼성, LG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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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마더글라스(원판)' 크기를 늘리기 위해 무려 10조 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TV패널은 '마더글라스'라고 불리는 유리기판을 잘라 생산한다. 마더글라스가 커지면 그만큼 TV패널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BOE의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세계 TV시장 서열이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BOE는 지난해 7월, 10세대 LCD패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약 600억 위안(10조 5228억 원)이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10세대란 마더글라스의 가로, 세로 크기를 뜻한다. 현재 삼성과 LG는 가로 2.2M, 세로 2.5M의 8세대 마더글라스를 사용하고 있다. 10세대로 넘어가면 가로 2.9M, 세로 3.1M로 커지게 된다. 사이즈가 커지는 만큼 생산수율도 함께 높아져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현재 중국업체 중 일부는 6세대 마더글라스를 쓰고 있다. 7세대와 9세대 급의 마더글라스도 존재하지만, 커팅을 통해 TV패널로 만드는 과정에서 7과 9세대 등은 손실률이 크다는 이유로 널리 보급되진 않은 상태다.

    8세대 시대를 먼저 연 것은 삼성과 LG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파주와 구미 두 개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 중 파주공장만 8세대로 교체했다. 8세대를 최초 도입한 시기는 2008년부터다. 삼성 역시 LG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BOE가 성공적으로 10세대 시대를 연다면 8세대 이후 무려 7년여 만에 LCD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TV역사가 PDP에서 LCD로 넘어온 이후 가장 큰 변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세대 마더글러스가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TV패널 생산성이 급증하게 된다. 그만큼 TV패널 단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LG도 10세대 도입을 미룰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삼성과 LG가 수년간 전 세계 평판TV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8세대 시대를 먼저 개막했다는 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0세대 장착을 결국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여전히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아직은 8세대만으로도 TV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일본의 샤프가 10세대 시장을 선도하려 했지만 큰 재미를 못 봤다는 것 또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대목이다. 10세대 도입이 반드시 'TV시장 주도권'을 의미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울러 마더글라스 크기를 8세대에서 10세대로 뛰어 넘으려면 기존 LCD 라인과 장비를 전면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BOE는 지금 시장 판세가 10세대로 넘어갈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보고 있다. TV가 대형화 추세로 흘러가고 있는데다, 전체 시장 수요도 급속도로 늘고 있는 등 보다 큰 마더글라스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LCD시장 패권을 노리는 중국정부의 과감한 지원사격이 BOE의 통 큰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8인치에서 12인치 웨이퍼를 넘어 더 커지려 하는 동안 TV는 8세대 마더글라스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