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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연합뉴스
유일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수도권 규제에 문제 있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신년구상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에 관해 연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화두로 던진 데 이어 국토정책을 총괄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취임도 전에 이에 동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장관이 아닌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의 사견일 뿐이라는 시각과 사실상 친박(친박근혜)계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이어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다만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 입지규제 완화는 시기상조이고 이를 막기 위해 공동대응하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규제단두대에 올려 본격 추진할 경우 마찰이 예상된다.
◇유일호 "수도권 규제 문제 있다" 작심 발언…수도권-지방 갈등 재점화 우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서울 송파구을)은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수도권 규제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경기도 가평·양평의 경우 인접한 강원도 원주 등과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다만, 당장 지방과의 역차별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내 합리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찾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큰 틀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되, 보상 차원에서 적정한 혜택을 주어 지방 달래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해묵은 논쟁인 수도권 규제 완화는 올 초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규제단두대 민관합동회의에서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수도권 복귀 기업 재정지원 허용 등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한 4개 과제를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재확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비수도권 지자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4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지난달 19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중단을 촉구했다. 이달 10일에는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을 받게 될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처음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불합리한 규제 개혁에는 공감하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는 본질을 달리하는 문제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100대 기업 본사의 95%가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조만간 수도권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기업·학교 등의 수도권 회귀 현상을 부채질해 지방의 경제 공동화와 성장기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정부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등 앞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4가지 수도권 규제 완화 내용을 규제단두대 논의대상에서 배제하라"며 "수도권 과밀 해결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먼저 추진하지 않으면 14개 비수도권 시·도 역량을 결집해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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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수도권 규제완화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비수도권 "심상치 않다" 노심초사…경기도 대응팀 운영 등 발 빠른 대응
비수도권 지자체는 아직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는 등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니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의 사견으로 치부하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한 관계자는 "내정자 개인의 소견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이러쿵저러쿵할 게 없다"며 "여당 내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목소리가 다르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약속하고 국토정책을 총괄할 친박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도 보조를 맞추고 나서면서 위기감을 나타내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의 속도감 있는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수도권 규제 완화에도 탄력이 붙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개각 발표가 설 연휴 전날 이뤄지면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의 민감한 발언이 민족의 대이동에 가려졌을 뿐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새누리당 의원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발언에 대해 "대단히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은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종시 같은 복합도시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종합적인 대책도 없이 수도권 과밀화를 촉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직격탄이 예상되는 충청지역 한 관계자는 "인구의 절반쯤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국회의원 수도 거의 절반인 상황에서 (올해는)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의 발언까지 겹쳐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며 "수도권에 집중해 성장동력을 더하는 것과 지역특성·자원을 살려 지방을 활성화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유리할지를 놓고 어느 때보다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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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역인 경기도는 비수도권 반대에 대응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기획조정실장이 총괄하는 '수도권 규제 대응팀'을 구성,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부 각 부처와 국회, 비수도권의 움직임을 살피고 정보를 공유해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다.
경기도 정책연구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달 26일 발간한 '수도권 규제현황과 경기도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수도권 규제를 개선하면 94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대기업과 대학의 신·증설 금지, 공업용지조성 등 대규모개발사업에 제한을 받는데 규제를 일부 풀어 공공기관 이전부지(7.5㎢)에 정비발전지구제도를 도입해 개발하면 최대 14만3657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34㎢)도 이 제도를 통해 개발하면 65만1239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비발전지구제도는 2013년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 완화 5개 과제 중 하나로 정부에 건의했었다. 정비발전지구가 도입되면 해당 지역에 대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규제 배제, 각종 부담금 감면, 사업촉진을 위한 추가지원이 가능해진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경기 북부·동부지역은 수도권에 있지만, 각종 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어 수도권이라 할 수 없다"며 "수도권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