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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윤리적이며 제 역할을 충실히 못한다'고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4년 하반기 기업호감지수(CFI)'를 조사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최근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CFI는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50점을 기준으로 10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높은 것이고 0점에 가까우면 낮은 것으로 해석한다.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제 경쟁력 △사회공헌 등 5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해 산정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CFI는 100점 만점에 44.7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반기(47.1점) 대비 2.4점 떨어진 것으로 200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각 요소별 점수변화를 살펴보면 전반기 대비 '전반적 호감도'는 45.5점에서 41.7점으로, '국가 경제 기여'는 49.6점에서 46.0점으로, '생산성 향상'은 61.3에서 60.4점으로, '국제경쟁력'은 71.2점에서 70.7점으로, '윤리 경영 실천'은 22.1점에서 21.9점으로 하락했다. 오직 '사회공헌활동'만이 39.0점에서 39.7점으로 0.7점 올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에 따라 기업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노동·조세 등 기업관련 정책의 이슈화, 일부 기업의 윤리적 사건 등이 기업 호감지수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기업에 대해 호감이 가는 이유로 국민들은 '국가경제에 기여'(33.6%), '국가 브랜드 향상'(29.4%), '일자리 창출'(28.6%),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수행'(8.4%)을 꼽았다.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는 '윤리경영 미흡'이 57.0%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어 '사회 공헌 등 사회적 책임 소홀'(17.6%), '기업간 상생협력 부족'(15.5%), '고용창출 노력 부족'(9.2%)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가정신 수준에 대해선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응답이 43.3%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조사를 시작한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기업가정신 쇠퇴에 대한 국민우려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예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38.3%였으며 "높아졌다"는 18.4%로 조사됐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인데 기업가정신이 눈에 띄게 쇠퇴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며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기회를 탐색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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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국내경제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게 되는 주체가 기업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72.6%로 "아니다"(27.4%)를 크게 앞섰다. 기업역할에 대한 국민기대는 여전히 높다는 반증이다.
기업활동의 우선순위에 대해선 '이윤창출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54.0%)라는 응답이 '부의 사회환원을 통한 사회공헌'(46.0%)보다 많았다. 국내 반기업 정서수준에는 '높다'(65.4%)는 응답이 '높지 않다'(34.6%)는 답변을 웃돌았다.
기업이 가장 먼저 해줬으면 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44.6%), '근로자 복지 향상'(22.4%), '사회 공헌 등 사회적 책임 이행'(14.2%), '국가 경쟁력 강화'(13.0%), '이윤창출을 통한 국부 증진'(5.8%) 순으로 응답됐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호감도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모든 요소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고 있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기업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은 국가경제의 핵심주체로서 기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한편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준법·안전경영을 실천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