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야, 별도 법인화 '맞장구'기금운용위 상설화...연내 지배구조 개편
  • ▲ 이르면 이달 내 국민연금 운용조직의 독립화 방안이 제시된다ⓒ뉴데일리 DB
    ▲ 이르면 이달 내 국민연금 운용조직의 독립화 방안이 제시된다ⓒ뉴데일리 DB

     

    조만간 500조원 가까이 쌓여있는 국민연금을 굴리는 운용조직에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일찌감치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체제 개편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던 정부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막바지 손질을 벌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중 정부안을 마련한 뒤 다음달 국회에 제출하는 일정이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현재의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독립적인 공사체제로 바꾸는 용역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지배구조는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하며 분류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정해 복지부 산하에 두는 내용 등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상설화하고 위원장은 민간이 유력하다.

     

    현재 20명의 기금운영위원은 정부측 위원을 최소화 해 1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기능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비판을 받았던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는 폐지된다. 대신 운용인력을 늘리고 헤지펀드 등의 대체투자는 허용할 전망이다. 안정성 위주의 저위험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중위험 중수익 투자로의 일대 변화가 추진된다.

     

  • ▲ 상설화로 가닥이 잡힌 기금운용위ⓒ
    ▲ 상설화로 가닥이 잡힌 기금운용위ⓒ

     

    정부가 이처럼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서두르는 것은 기금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지만 운용수익률이 저조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468조원을 넘었고 10년 내 1000조원, 2040년 2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3년도 기준 국민연금 수익률은 4.2%에 머무르며 전 세계 연기금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를 기록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16.5% 대비 4분의 1가량, 일본 공적연금(GPIF)이 기록한 8.6%의 절반가량이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채권 위주 투자구조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 자산 가운데 50%는 채권에 투자됐다. 수익률이 낮지만 그만큼 안정성은 높다. 20% 가량은 국내에 투자됐는데 주식시장 악화가 국민연금의 수익 저조로 이어졌다. 또 해외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는 총 자산의 10%대에 머물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기금운용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제도 전체를 근본부터 다시 들여다볼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의원입법도 발의된 상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각각 기금운용 본부를 민간 상설기구나 복지부 소속의 별도 법인으로 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같은 당 김현숙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정부 움직임에 힘을 싣고 나섰다.

     

  • ▲ 기금 분리와 독립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최광 국민연금이사장ⓒ뉴데일리 DB
    ▲ 기금 분리와 독립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최광 국민연금이사장ⓒ뉴데일리 DB

     

    당사자격인 국민연금측은 떨떠름한 모습이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대해 "개편 논의는 있을 수 있으나 징수와 지급 과정을 생각했을 때 조직 분리는 신중해야 한다"고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부 기관에 기금운용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분리·독립 논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이다.

     

    연금전문가들도 대체로 지배구조 개편을 주문하고 있다. 향후 20년이 기금운용의 전문성 강화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기금운용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조직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금융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체계를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보건복지부 산하의 기금공사로 운영되는 것이 제도의 연속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금융투자 업계는 차제에 국민연금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의결권과 주주권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자료=기금운용본부
    ▲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자료=기금운용본부

     

    반대의견도 적지않다. 일부 연금 전문가와 기금운영위에 참가하고 있는 노동계에서는 만약 기금운용본부가 공사화된다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게 되고 자칫하면 국민의 노후자산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국민연금은 현재 정부와 분리된 공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기금운용본부도 국민연금공단의 제도 운용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있는 만큼 공사화를 추진하는 것은 새로운 공사 하나를 더 만드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체제개편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2008년 이후 다섯차례 이상 논의됐다가 불발에 그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와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도 모두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