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주도로 지난해 출범을 선언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 중국 주도로 지난해 출범을 선언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고심을 거듭하던 정부가 마침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내에 정부의 선택이 윤곽을 드러낸다.

     

    정부는 여전히 신중모드지만 경제적 실익을 고려할 때 결국 참여쪽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커지는 중국의 시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가입 선택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의 지분을 최대한 받아내고 중국 지분을 낮추면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사드 배치와 AIIB 가입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가 국가의 안보나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실익론을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도 "미국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가 되어야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가입론에 힘을 실었다.

     

    중국과 동남아 27개국 등 AIIB 참여국들은 한국이 창립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이달말이 시한이라며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방한중인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 부장조리도 16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AIIB 가입 결정을 거듭 요청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왕양 중국 경제부총리가 최경환 부총리에게, 지난해에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잇따라 가입 러브콜을 보냈다.

     

  • ▲ 미국은 중국주도의 AIIB 출범으로 ADB의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미국은 중국주도의 AIIB 출범으로 ADB의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뉴데일리 DB

     

    하지만 여전히 반대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지난하다. 리퍼트 주한미대사 피습사건이 일어나면서 예정에 없던 방한을 한 미국의 러셀 차관보는 한국의 AIIB 가입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려에 대해 AIIB 가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AIIB 내 중국에 대한 견제 등을 들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미국이 AIIB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어 미국에 대한 설득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때마침 영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7 가운데 처음으로 AIIB 참여를 결정하면서 조금이나마 정부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조만간 호주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도 잇따라 참여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진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 ▲ 방한중인 미국의 러셀 차관보가 외교부 조태용 차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 DB
    ▲ 방한중인 미국의 러셀 차관보가 외교부 조태용 차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 DB

     

    일부에서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와 AIIB 가입을 맞물려 미국과 중국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른바 등가교환설이 부상하는 이유다.

     

    초강대국인 G2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지만 능동적인 자세로 전환하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중국은 한국이 빠진 AIIB 출범을 우려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경제와 금융의 중국 쏠림을 염려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우려를 딛고 사드와 AIIB에 대한 전략적인 결정을 통해 이른바 훙리(紅利·큰 보너스)를 누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