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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보험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금리인하를 예측하지 못하고 팔아치운 확정금리형 장기보험을 유지하기도 벅차하고 있다.
보험을 유지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가 되자 자산을 팔고 고객들의 돈인 보험료 투자수익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어 업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삼성화재, 푸르덴셜생명 등 업계와 미국 가드너웹대학교, 세종대학교 등 학계와 함께 보험개발원,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등을 두루 거친 APRIA(아태보험학회) 부회장 이순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보험회사가 한목소리로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산운용능력이나 상품개발능력 그리고 판매채널을 포함한 영업력 등이 경쟁력을 구성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심사하고 적정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보험회사의 핵심역량은 과거나 지금이나 '언더라이팅 기술'인 것이죠.
저금리 하에서 아무리 자산운용을 잘해도 역마진을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판매채널을 효율적으로 강화한다고 해도 사업비차익을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란? 보험 계약시 계약자가 작성한 청약서상의 고지의무 내용이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심사 과정.
국내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기술 수준은 어떤 수준입니까?
언더라이팅 기술의 선진화와 인력 양성은 지난 20년간 시장이 개방되고 국제화가 이뤄지면서 주요보험사들이 추진해 왔으나 아직 수준이 낮습니다.
보험료를 산정함에 있어 대형보험사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언더라이팅 능력이 높은 해외 선진보험사와 협업을 통해 배우고 능력있는 인재를 영입해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경험치가 쌓이고 분석력이 높아져야 해외시장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재해리스크에 대한 의무보장 수요를 창출한다거나 급속한 노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를 위한 신상품의 개발 등 내수 확대를 통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고 해도 리스크를 분석하는 언더라이팅 수준이 낮다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리스크 분석을 잘못해 보험료가 너무 과하다거나 적으면 새로운 보험을 상품화하는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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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에 의지하는 보험사의 경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자동차보험 등 일부 보험종목의 경우 영업손실을 투자이익으로 보전해 회사 전체의 손익을 맞추는 경영관행이 수년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를 포함한 장기저축성보험의 경우 이차손실, 즉 역마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텐데 영업이익으로 이차손실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영업이익은 언더라이팅을 통한 보험료 조정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진정한 가격자율화가 허용되고 보험회사들은 자체적인 요율산정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보험회사가 자율적으로 공시이율과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어야 재무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수익으로 영업손실을 보전하는 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투자리스크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수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펀드 부동산임대 사업 등 다방면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본질적으로 보험회사의 자산을 리스크가 높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해야 보험사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대형보험사 ING생명가 고객들이 낸 보험료로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 투자하다가 무너지다시피 했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알리안츠생명은 투자를 자산운용은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영했었고 덕분에 알리안츠는 세계 최대 보험사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보험료는 보험사가 일시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므로 안전자산으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투자를 하더라도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자산운영 투자 이익이 좋지만, 어떻게 보면 로또와 같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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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서도 IT기술을 활용해 발전을 꾀할 방법이 있을까요?
보험시장이 정체됐다고들 하지만 빅데이터는 신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라이프(AllLife)가 공략한 이른바 '유병자'시장이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보험가입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인구는 고령화하고 의학은 발달했습니다. 유병자 시장의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보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효율성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가입자와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만드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입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보험사는 수익이 좋아지는 윈윈구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유독 보험사들은 '빅데이터'와 거리가 두는 모습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보험사의 빅데이터 활용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경영진이 데이터의 가능성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데이터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갖고 있는 고객정보, 계약정보, 보험금 청구정보에 대한 통합된 데이터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나의 기업이 보유한 내부데이터도 체계적이지 않은 마당에 외부 데이터 표준화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그래서 보험회사는 여전히 데이터 중심이 아닌 인력 중심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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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라이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성장한 보험사로 주목해야할 회사는 어디일까요?
2004년에 설립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라이프(AllLIife)는 혁신적 생명보험사로 꼽힙니다. 모든 생명보험사가 꺼려하는 에이즈나 당뇨처럼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보험 상품을 팝니다. 올라이프는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가입자는 매달 건강검진과 주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데이터는 본인 동의하에 올라이프에도 공유됩니다. 치료지침을 어기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보험의 보상범위가 줄어들거나 취소됩니다. 보험사는 보험계약 시점뿐만 아닐 3~6개월 단위로 리스크 평가를 실시합니다.
이런 혁신은 소비자와 보험사 양쪽에 모두 득이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이른바 '유병자'는 보험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더구나 이 회사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엄격한 관리 덕에 건강이 호전되고 예상 수명도 길어졌습니다. 에이즈 양성 보험 가입자의 경우 면역체계가 평균 15% 개선됐습니다.
올라이프는 고객의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게됨에 따라, 보다 정교한 보험 상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쌓인 빅데이터는 에이즈나 당뇨 등 병력이 있는 보험 가입자의 발병률 예측과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 자료가 됐으니까요.
올라이프는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50%까지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수만명 수준의 에이즈 보험 가입자를 2016년 3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고 쫒아가는 경우 많습니다. 이러한 타성을 벗어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