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 가격 규제 철폐로 경쟁력 강화…한국과 대비돼
  • ▲ 보험료율 규제 철폐 전과 후 주요 지표 비교.ⓒ보험연구원 제공
    ▲ 보험료율 규제 철폐 전과 후 주요 지표 비교.ⓒ보험연구원 제공


    보험연구원은 정부의 보험료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를 철폐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발간된 '국내 금융산업의 생산성 하락 원인과 시사점'에서 보험연구원은 지난 2000년대 초 보험료 자유화가 완료됐으나, 그림자 가격 규제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이 위험률 모범기준을 통해 안전할증 한도를 30%로 제한하고, 3년마다 보험요율산출기관이 금융위에 신고한 위험률인 참조순보험요율을 갱신해 위험평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자동차보험의 경우 손해율 상승을 반영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규제로 인상된 손해율만큼 보험료가 인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위험도에 따른 보험료 결정과 이에 기반한 경쟁 경험 부족으로 해외 보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대형 손해보험회사의 현지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0.06%에 불과한 반면 같은 해 진출한 미국 리버티뮤추얼의 시장점유율은 4.59%, 2009년 진출한 일본 미쓰이스미토 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 0.18%였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결과가 시장분석 미비 등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으나, 한국 보험사들의 위험평가와 보험료 결정 등 핵심 역량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달리 영국과 독일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영업행위 규제는 강화했지만, 요율과 상품규제를 철폐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 

    영국의 보험산업 규제는 '공개성과 함께 하는 자유'로 일컬어진다. 독립적인 계리사나 관련 기관이 보험회사의 재무상태를 확인하고 대중에게 공개한다면 보험회사는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규제환경은 보험회사의 혁신적인 보험상품 개발과 경쟁을 유도하여 영국 보험산업의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은 지난 1994년 보험 상품과 요율규제를 철폐해 보험사들의 위험평가와 이에 근거한 보험료 경쟁이 본격화됐다.

    독일의 보험그룹인 알리안츠는 1995년 8월 신요율체계를 도입한 후 손해보험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해외 진출국가 손해보험시장에서 상위 5위 이내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알리안츠는 규제가 풀리자 개인 고객의 위험도에 따라 자동차보험료율을 40%까지 차등화하는 새로운 요율시스템인 '위험조정비율'을 도입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알리안츠는 캐나다에서 5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보험을 판매해 1994년 600만 캐나다 달러였던 수입보험료가 2004년 6800만 캐나다 달러로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보험연구원은 영국과 독일의 사례를 감안할 때 국내 보험사들이 보험료 규제 때문에 위험평가 역량이 취약해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로 보험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지속되고 있는 그림자 규제는 보험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전용식 연구위원은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로 보험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지속되고 있는 그림자 규제는 국내 금융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보험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방안으로 제기되는 해외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