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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만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까?
현대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음악으로는 두어시간 만에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
지난 23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UN문화재단(예술감독 박경숙)과 뉴데일리가 공동주최한 ‘2015 세계 가곡의 향연’은 한국에서 시작해 영국, 독일,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를 돌아오는 음악 세계일주였다.
최선용이 지휘하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김지영 연출,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탤런트 김혜은의 사회로 시작된 이번 콘서트는 팝핀현준, 현대무용가 이현서 팀이 이날 연주가 전개될 나라들을 댄스로 표현하는 장면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각 나라별 가곡은 해당 곡과 그 나라의 자연, 도시 배경이 절묘하게 매치하는 초대형 3D 화면과 함께 연주됐고, 한곡 한곡 노래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연신 감탄사와 함께 큰 박수를 연발했다.
이날 돋보였던 것은 성악가 캐스팅이다. 연주자별로 특색이 뚜렷한 한국의 정상급 가수들이 등장, 관객들은 나라별로 다른 음악을 다른 음색들로 만끽할 수 있었다.
꾀꼬리 같이 맑은 콜로라투라 음색으로 ‘강 건너 봄이 오듯이’, ‘카딕스의 처녀들’을 연주한 소프라노 강혜정, ‘리차드 슈트라우스 Stachen’, ‘미지의 섬’ 을 부른 뉴욕 오페라 무대 출신의 리릭 소프라노 박미혜, 스핀토 소프라노의 백미를 보여준 ‘아리 아리랑’ ‘입맞춤’의 오미선의 연주가 펼쳐지자 관객들은 ‘같은 소프라노도 이렇게 다른 음악을 낼 수 있구나’ 하며 연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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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도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인 최현수가 시인처럼 아름다운 바리톤의 음색(슈베르트 마왕, 백학)을 보여줬다면 고성현은 마치 대포를 발사하는 듯한 성량과 감성적인 색채(뱃노래, 볼가강의 뱃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두 성악가는 유럽에서도 ‘현 시대 최고의 바리톤들’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바리톤들이다.
또 감미로운 선율로 여심을 흔든 테너 류정필(Danny Boy, Granada)과 호소력 짙은 테너 강무림(A cycle of life, 무정한 마음)의 연주가 이어질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로 답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피아니스트 한누리 씨는 “일반적으로 가곡 콘서트 무대는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경직되게 연주하는 패턴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무대는 음악과 현대 무용, 첨단 배경화면이 어울어진, 최고의 콘서트라고 일컫기에 손색 없는 연주회였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주최한 박경숙 UN문화재단 대표는 “기존의 딱딱한 가곡콘서트 틀을 깨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수준 높은 콘서트를 펼치기 위해 준비했는데, 연주자들, 참여 기업들의 적극적인 성원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벌써부터 언제 재공연이 예정돼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연주자들과 적절한 시점을 협의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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