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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그렉시트(유로존 탈퇴·Grexit)' 우려감이 우리나라의 대 유럽연합(EU) 수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그리스 사태의 한국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올해 한국의 EU에 대한 수출 증가률 예상치는 1.4%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그렉시트 우려감이 커지면 대 EU 수출 증가률은 7.3%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지난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원화 절상이 더욱 빨라지면서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에서 올 1분기까지 원·유로 환율은 16.6% 하락했다.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올해 원·유로 환율은 이보다 1.0%포인트 더 하락하고 EU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1.7%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대 EU 수출 증감률 전망치는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면 올해 원·유로 환율은 지난해보다 추가로 4%포인트 더 떨어지고 EU의 경제성장률은 IMF 전망치보다 0.8%포인트 하락, 올해 수출 증감률 전망치 역시 더 큰 폭으로 내린다는 것.
홍준표 위원은 "기업은 단기적으론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론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이 논의된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 그리스에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고, 그렉시트를 우려하는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경우에도 한국 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유럽의 주요 은행이 부실화 우려로 해외 자금을 회수하려 들겠지만, 유럽 주요 은행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외국 금융사가 해당국에 빌려준 돈 중 경제적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은행의 대 한국 익스포저는 지난 2011년 유럽재정위기 당시 1675억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174억 달러로 줄었다. 이에 따라 유럽계 투자 자금이 회수될 규모 역시 줄었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거론된 올 1분기에도 국내 외국인 투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 1분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오히려 23억4000만 달러 어치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