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도위험' 지표 급상승
국제 금융시장 패닉

그리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부도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의 협상일이 임박해오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하게 되면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한국경제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정부당국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9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그리스의 3년 만기 국채 금리(17일 기준)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25.7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금리(13.56%)보다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7일 현재 12.51%로 올해 들어 3%포인트 이상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2012년 12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스의 부도 위험 지수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리스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미국 뉴욕시장에서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34.0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11.25%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2008년 10월)의 CDS 프리미엄(1.35%)과 비교하면 25배가 넘는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해 말부터 그리스의 구제금융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그리스의 CDS 프리미엄은 상승 흐름을 탔다.  최근에는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CDS 프리미엄도 급등세를 보였다.

스페인(1.02%), 이탈리아(1.26%), 포르투갈(1.57%) 등 주변 남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스의 부도위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스발(發) 악재로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도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4% 내렸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1.13%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0.93%)와 독일 DAX 30지수(-2.58%), 프랑스 CAC 40지수(-1.55%) 등 유럽 주가도 대폭 내렸다.

 국제 유가도 그리스 위기로 유럽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퍼지면서 약세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71% 떨어졌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도 0.83% 하락하며 마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가격은 0.43% 상승했다.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한 유로존과의 협상 시점(24일)이 가까워지자 시장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입장 차이가 확연한 가운데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협상이 불발로 끝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리스는 지원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부닥친다.

그리스는 당장 4월 말에 공공 연금 및 공공서비스 임금 지급을 위해 24억 유로(2조8000억원)가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하는 돈은 5월(9억7000만 유로·1조1000억원)과 6월(16억 유로·1조8000억원) 합쳐 26억 유로(3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그리스 위기가 단기적인 충격을 줄지언정 다른 유럽 국가들로 전염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많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그리스를 제외한 다른 남유럽 국가의 유동성 여건은 좋아졌다"며 "그리스와는 달리 쉽게 자금을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어 그리스와의 차별성이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