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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해저유물의 보고인 서해안 마도 앞바다가 들뜨고 있다. 고(古)선박 발굴 역사상 처음으로 조선시대의 배를 발굴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우리나라는 1976년 신안 앞바다 유물선 시작으로 모두 12척의 배를 발굴하거나 인양했지만 아쉽게도 조선시대의 배는 없었다. 대부분 12~14세기 고려시대의 조운선이었으며 두 척은 중국 무역선, 영흥도선은 통일신라 시대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치상 비교적 근세인 조선시대의 배가 나올 개연성이 더 크지만 지금껏 한 척도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조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고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선 역시 해상운송이 적잖았고 임진왜란 등의 각종 사료에 난파기록이 수두룩한 점에 비춰보면 의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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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시작한 마도 앞바다의 다섯번째 배는 조선시대 선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길이 11.5m, 폭 6m의 생김새가 전형적인 조선시대 고선박 형태를 띠고 있다. 선체 내부에서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 대접 2점도 출수됐다. 또 발, 접시, 잔, 촛대 등 일상 생활용품으로 쓰이는 백자 111점도 무더기로 나왔다.
특히 백자 촛대는 발굴된 적이 없고 도자기로 제작된 사례도 극히 드물어 도자사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제작 상태, 기종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 발견된 백자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지방 생산 백자로 추정된다.
발견된 백자들이 제작된 시기인 조선 후기에는 전국 각 지역에 가마가 산재해 있었고, 수요지와 공급지가 인접해 해상유통을 통한 장거리 운송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이번 출수된 백자들은 이러한 상식을 깨고 해로를 이용한 백자의 유통과정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백자와 분청사기가 이 선박에 실려 있었던 유물이라면 현재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조선시대의 배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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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박 수중발굴 분야가 조선시대 배 찾기에 이토록 골몰하는 이유는 바로 '거북선 찾기'에 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세계 수중발굴사의 큰 획을 그을 거북선 찾기의 단초가 바로 조선시대 배 찾기에 있기 때문이다.
마도 해역은 2007년 그물에 걸린 26점의 고려청자가 신고되면서 처음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이곳은 예로부터 강한 물살로 인해 선박의 운항이 어렵다 하여 난행량(難行梁)으로 불렸으며 난파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마도 1호선(1208년 난파), 마도 2호선, 마도 3호선이 연이어 발굴됐다.
다섯번째 배인 마도 4호선의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개수제(開水祭)를 시작으로 정밀 발굴조사에 한창이다. 이번 조사에는 아시아 최대 수중발굴선인 누리안호를 비롯해 해저 지층 속의 이상물체를 탐지하는 최신 3차원 입체영상 지층탐사장비 등이 대거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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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로봇연구소가 개발한 해저로봇이 처음으로 투입돼 관심을 끌고 있다. 크랩스터(Crabster)로 명명된 해저로봇은 가로 2.42m 세로 2.45m, 높이 1.3m 크기로 6개의 발을 이용해 시료 분석용 도자기 등을 집어 올릴 수 있다.
또 초음파 카메라와 스캐닝 소나를 이용한 주변 탐사 업무 등을 수행한다. 바닷속에서 초당 0.25.m 속도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방 15m까지 동영상을 촬영하고 혼탁한 수중에서도 최대 150m까지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연구소는 크랩스터가 이번 발굴에서 톡톡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발굴 조사는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며 인접 지점에서 발견된 또다른 고선박 추정 물체에 대한 조사도 함께 병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