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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진흥정책에 힘입어 매년 창업기업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주요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6일 발간한 'IT벤처기업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극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41.0%(2013년 기준)로, OECD 17개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100개 기업이 창업했다면 3년 뒤 41개 기업만 살아남은 얘기다.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는 창업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뒤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첫번째 위기 기간으로, 통상 창업 후 3~7년이다.
창업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로 66.8%에 달했다. 이어 호주 62.8%, 미국 57.6%, 이스라엘 55.4%, 이탈리아 54.8% 순이었다.국내 신규 사업자의 75.2%는 창업 후 5년이 안돼 폐업했고,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사업자는 8.2%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는 국내 창업기업 대부분이 '생계형'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생계형은 요식업 등 생계 목적의 저부가가치 창업을 뜻한다. 국내 창업기업에서 생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다. 13%인 이스라엘 보다 5배나 높았다.
반면 정보기술 사업 등 시장에서 기회를 사업화하기 위한 '기회형' 창업 비중은 21%에 그쳤다.
이스라엘은 기회형 비중이 58%였고 미국은 54%였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46%와 43%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기회형 창업도 데스밸리 때 매출 정체, 자금 고갈 등으로 위기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가 부족해 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데다가 엔젤투자자 등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창업기업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재기와 도전이 선순환되는 기업 생태계를 구축해 질적 내실화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3년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 조사를 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 벤처기업인이 사업에 실패한 뒤 평균 1.8회 창업을 시도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재도전 횟수가 0.8회에 불과했다.
개별 기업별로는 시장의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2000년부터 도메인 등록 사업을 한 A사는 창업 초기 매년 2배 이상 고속성장을 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창업 4년 만에 자본금이 고갈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때 A사는 틈새시장이던 디자인 콘텐츠 제작 사업에 뛰어들어 경영을 정상화했고 이후 5년 주기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무역협회 김보경 연구원은 "지속가능한 창업 활기를 위해서는 창업기업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재기와 도전이 순환되는 생태계 구축을 통해 생존율 제고 등 질적 내실화를 함께 추구해야한다"면서 "실패-재도전의 병목현상 해소로 실패자의 재창업을 유인하고 재기지원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