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약 추가로 메르스 확진 빨라져…구제역 정밀진단기관 운영 눈여겨볼 만
  • ▲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바이러스 과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메르스 유전자 검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바이러스 과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메르스 유전자 검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이 빨라지게 됐다. 확진까지 하세월이라는 지적에 따라 보건당국이 관련 재검 시약을 일선 검사기관에 보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의 확산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검진 체계를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과 같이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제역의 경우 일정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춘 검사기관을 확진기관으로 인증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 빨라져…7일부터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 시약 추가

    8일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7일 오후부터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메르스 확진에 쓰는 검사 시약을 일선 보건환경연구원에 내려보냈다.

    각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사실상 질본과 같은 메르스 확진 판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각 보건환경연구원은 혹시 모를 재확인을 위해 의심환자에게서 채취한 시료는 기존대로 질본에 보낸다. 최종 확정 발표도 질본에서 한다.

    충남도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검사과 관계자는 "그동안은 지역 보건환경연구원과 질본에서 쓰는 시약이 달랐다"며 "이제는 사실상 같은 시약으로 검사하므로 질본에서 검사결과가 번복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보건환경연구원은 이번 검사 시약 추가로 4~6시간이면 확진 판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은 1가지 유전자(upE) 검사만 시행해 1차 검사를 진행해왔다. 질본에서는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이 보낸 시료로 2가지 유전자(upE, Orfla) 검사를 벌여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다단계 확인을 거쳐야 하다 보니 확진 판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일선 의료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검사 시료를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까지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연숙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메르스 양성이 나와도 질본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에는 최종 확인된 게 아니었다"며 "그런데 질본에 급하니까 빨리 확인해달라고 요청해도 검사할 물량이 많아 당일 확진 판정은 불가능했었다"고 부연했다.

    ◇구제역 확진기관 확대 운영 눈여겨볼 만…의료계 만연한 중앙집권적 편의주의 타파해야

    그동안 질본이 검사 시약을 독점해온 것과 관련해 일선 보건환경연구원은 보건당국이 질병관리를 손쉽게 통제하려고 했다는 견해가 많다. 일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확진이 남발될 경우 질병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의료계에도 중앙 집권적인 관료 편의주의가 만연해있어서라는 지적이다.

    대전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 서울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아직도 큰 수술은 장비나 의료진의 숙련도와는 무관하게 서울에 가서 받아야 한다는 환자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보건당국도 지방 의료계에 권한을 나눠주는 것에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관리체계를 손봤던 것처럼 보건당국의 검진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구제역 검사는 중앙검역본부뿐만 아니라 경기, 충남, 경북 등 전국 4개 도 단위 광역 지자체에서 처리하고 있다. 일정 기준(BL3·Biological Lab level 3)을 충족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보유한 연구시설을 정밀진단기관으로 인증해 이곳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BL3 수준을 충족하려면 에어커튼 등 차폐시설을 갖춰야 한다.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료를 채취해 중앙검역본부로 보내야 했기 때문에 운송시간 등을 따지면 당일 검사결과를 알기가 어려웠다"며 "2013년 6월 정밀진단기관으로 인정받은 이후로는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4~5시간 만에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보건업계 한 관계자는 "질본 등 중앙보건당국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핵산추출과정에서의 기술적 숙련도 등에 차이가 있다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해주고 정기적으로 전문인력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종 전염병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효율적인 전염병 관리체계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