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시대,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과 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연공성 완화에 상당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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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역할급이 정년 6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역할급은 역할의 무게나 책임, 성과, 생산성 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박병원)는 20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년 60세 시대,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과 법․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내년 정년 60세법 시행을 앞두고, 청년 일자리 감소를 막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노동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중요한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 방향과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주제로 한 1부에선 이장원 소장(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과 박우성 교수(경희대)의 발제가 있었다.

     

    박우성 교수는 '일본 임금체계의 변화 : 역할급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역할급에 관해 소개하고, 역할급이 연공급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와 한국에서의 적용가능성 등을 검토했다.

     

    박 교수는 "90년대 버블붕괴와 저성장, 저성과 압박을 받은 일본 기업들이 성과지향성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임금제도의 개혁을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역할급이다"면서 "역할급이 가지는 중요한 의의는 기본급을 건드리는 임금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남성 상용직 근로자들의 경우 2000년대 후반에 이르면 40세 이후 임금이 거의 상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처럼 임금커브의 기울기가 낮아진 것은 일정 연령 이후 호봉인상을 폐지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났다는 점과 함께 임금제도 개혁을 통해 기본급을 역할급이나 직무급으로 바꾼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할급이 정년 6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우리와 유사한 고용관행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 기업에서 상당 정도 성공적으로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역할급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입방안으로는 첫째 기존의 직급체계를 역할등급으로 바꾸어서 정비하는 방안, 둘째 역할급을 기본급 체계의 결정요인이 아니라 수당의 개념으로 활용하는 방안, 셋째 기본급을 역할급 하나로 단일화하지 않고 생활급이나 능력급을 동시에 고려하는 병존형 기본급 체계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에 앞서 발제자로 나선 이장원 소장은 '임금체계 개편 방향과 정책방안'에 관한 주제발표에서 "정년 60세 시행 등 노동시장 고령화가 현실화됨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면서 "직무급으로의 근본적 개편을 통해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임금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무급을 바탕으로 한 기본급 확대는 기업규모,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 해소와 임금공정성 제고, 실질적인 정년 연장 도모, 총근로시간의 감소, 고용률 제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을 돕는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있다"며 "직무급과 직능급의 적절한 조화만이 차별을 축소하고 노사간 이해관계의 장기적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또 "공정하고 보편타당한 직무급 성립을 위해 업종별로 노사정이 직무표준과 등급을 정하고 평가의 기준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아가 임금 문제는 별도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 체계 안에 맞물려 있는 만큼 임금제도의 개선은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같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부에선 이정 교수(한국외대)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법․제도상의 과제 :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비교법적 검토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정 교수는 60세 정년 연장 시 연장되는 부분에 대해 어떠한 고용형태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개정법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라는 포괄적 규정을 둔 점에 비추어 임금체계의 변경과 관련되는 다른 근로조건의 변경(배치전환, 전직 등)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60세 정년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과 같이 일정 연령 이후의 고령자에 대해서는 소속 회사 뿐 아니라 모기업, 자회사, 협력회사 등 자사와 인사경영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의 배치전환 또는 전직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렇다면 60세까지 고용을 전제로 하는 한 종전의 정년이 도래된 시점에서 퇴직금을 일단 중간 정산한 다음, 나머지 기간에 대해선 새로운 임금체계 하에서 고용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