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문에 치중된 실적 이어져… 대우證 인수시 업계 1위 도약, 가격부분 등 인수전 분위기도 긍정적
  • KB금융지주의 비은행권 강화 목표가 더욱 절실해졌다. 은행부문을 떼고 보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상반기 실적이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나 은행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될 KDB대우증권을 시장의 예상대로 품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금융은 대우증권의 제 1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25.7% 증가한 94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KB금융의 호실적은 오로지 국민은행의 몫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은행이 730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지주사 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주 전체 입장에서는 은행 편향적 구조가 다시 한번 드러나게 됐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비 은행권 계열사들의 힘으로 상반기 웃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3% 늘어난 1조2841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금융권 선두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비은행 부문이 그룹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 35%에서 올 상반기에는 43%로 늘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은 상반기 당기순익 74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22.7%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하나카드가 28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하나대투증권이 795억원, 하나캐피탈 358억원, 하나생명이 219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주사 전체의 당기순익을 비 은행부문이 고루 분담했다.


    이처럼 경쟁 금융지주사가 자회사들의 고른 성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KB금융은 수년째 국민은행에 절대적인 의존도를 보이며 비은행부문 강화를 모색해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나올 준비를 마친 대우증권을 KB금융이 인수하는 것은 성장을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로 판단된다.


    자기자본 4조2000억원, 총자산 30조원으로 규모에서는 NH투자증권에 이어 2위, 시가총액으로는 1위를 기록 중인 대우증권을 KB금융이 인수할 경우 경쟁사인 신한금융에 비해 뒤떨어졌던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 목표를 단숨에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순자산 5764억원 규모인 KB투자증권에 4조2000억원의 대우증권이 합쳐진다면 NH투자증권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1위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LIG손보를 인수해 KB손보로 재탄생시킨 KB금융 입장에서는 대우증권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비은행 부문 비중을 기존 10%에서 24%로 늘릴 수 있게 되며 확실한 금융지주 1위 자리를 신한지주로부터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인수전에 대한 내부 분위기도 고조된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은행,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등 굵직한 인수전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며 M&A(인수합병) 실패사를 써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LIG손보를 손에 넣으며 M&A 역사를 다시 쓸 준비를 마쳤다.


    국내에서는 대우증권을 인수할 뚜렷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 자리 역시 KB금융이 지키고 있다.


    결국 관건은 자금력이다. 대우증권 인수전에 흥행 분위기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높아진 대우증권 주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장부가만 2조4365억원에 달하는 증권과 캐피탈, 자산운용 등 3곳을 묶어 파는 패키지 매각도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원칙적으로 보유 지분 전량을 사겠다는 투자자에게 우선권을 줄 방침이지만 인수 후보자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탄력적으로 매매 지분을 조정할 계획이다. 자금 부담을 덜어줄 방법은 산업은행 보유 지분 43% 중 일부인 '30%+1주'만 매각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시가는 1조5000억원 수준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매각가는 2조5000억∼3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수 있다.


    KB금융도 움직임을 시작했다. 최근 KB손해보험이 자회사인 LIG투자증권 지분 82.35%를 매각하겠다고 결정한 점도 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관측이다. LIG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실탄은 곧바로 대우증권 인수전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KB금융이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102%)과 부채 비율(7.4%)를 바탕으로 한 KB금융의 자본여력은 약 3조4500억원~4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인수한 KB손해보험의 지분율을 30%까지 확대할 경우의 자본력도 2조6000억원~3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배당은 포함되지 않은 조달 여력으로 은행과 카드의 배당까지 받을 경우 조달 여력은 더욱 올라간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우증권 인수 후보군들과의 자본 조달 여력은 비교 불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