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관리 중인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부실회계’ 논란을 여러 차례 지적받았다. 오는 21일엔 정무위원회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때에도 같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수주산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감기간 중 계속 발목 잡을 부실회계·만성적자 논란

    금감원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부실회계 논란이 번졌다

    산업은행은 분식회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인 ‘재무이상치 분석 전산시스템’을 보유,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점검에는 이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강기정(새정치민주연합·광주 북구갑) 의원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재무이상치 분석 전산시스템’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점검한 결과 2013년과 2014년의 회계에서 최고등급인 5등급이 산출됐다”고 말했다. 이는 분식회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강기정 의원은 “분석결과 매출채권 회전기간 장기화로 인한 자금부담 발생 가능성과 부실 채권 발생으로 건전성 문제 발생 가능성 등으로 매우 높은 주의를 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해당 시스템을 대우조선해양에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출자회사라는 이유다.

    강 의원은 “산업은행 지침에 정부와 산은이 출연해 지분이 50% 이상이면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와 산은의 지분 54.6% 중 국민연금 6%가 들어가 있는데, 국민연금을 정부 출연으로 볼 지에 대해 금감원이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같은 당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은 “안진회계법인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했을 때 대우조선만 흑자가 났다고 했다”며 “수익과 영업, 회계 구조가 비슷한데 다른 곳과 달리 유독 대우조선만 흑자를 봤다면 회계법인으로서 당연히 합리적 의심을 했어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회계법인은 잘못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1일 예정된 산업은행 국감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부실회계 의혹 외에 대우조선해양의 만성 적자 역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고위 임원직과 기업금융 담당 실장을 각각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감사위원으로 파견해 왔음에도 수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조선업 적자는 업계 공통 현상… 회계부실 여부는 실사 결과 나와봐야"

    국감에도 이미 제기됐고 앞으로도 제기될 전망인 이 같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산업은행 측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재무 실사가 끝나야 확답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단,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에 대해서는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산업은행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15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초청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여부는 (재무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진) 알 수 없지만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재무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하며 즉답을 피했다.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적자와 관련해서는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의 적자 규모를 언급하며 대우조선해양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홍기택 회장은 “수주산업인 조선업 특성상 회계에 ‘절벽’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설업과 조선업 등 수주산업만의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수주계약의 특성상 계약금을 받고 조선 작업이 끝나고 선주에게 인도하면 잔금을 받게 된다. 특히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이어지던 관행이 최근 중도금을 생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빈번한 설계 및 사양변경과 공정 지연 탓에 최종 원가 및 선주사의 비용 보전이 인도 시점에서야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건조 초기에 견적원가 기준으로 총예정원과를 관리하다가 인도 가시화 시점에 실제 달성가능한 총예정원과를 반영하기 Eoas에 매출 및 손익이 크게 변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도 2014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고,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지난 2분기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지 않았느냐”며 적자가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닌 점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조단위 매출이 일어나는 플랜트 수주 특성상 분식회계보다는 회계상의 ‘이익조정’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익조정은 손실 가능성을 미리 감지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반면 분식회계는 손실을 은폐하고 이익을 부풀리는 등 재무제표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재무 실사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측은 “9월 안으로 마무리해 실사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