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많다' 연말까지 예보에도 불안 여전… 겨울철 절대 강수량 적어엘니뇨 등 이상 기후로 북태평양고기압 약화 원인… 2006년 이후 가뭄 연례화범부처 차원의 물관리 컨트롤타워 필요… 4대강 봇물 활용 본격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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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저수지와 다목적 댐은 말라가고 있다.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사상 첫 제한급수 사태까지 벌어졌다. 수확이 임박한 농작물에도 큰 피해가 우려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강수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되는 특성과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 등을 고려할 때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와 함께 4대강 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국 다목적댐 저수율 38.8%… 내년 봄까지 가뭄 장기화 우려도
전국이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특히 충청과 강원, 인천 강화 등 중부권을 중심으로 비를 구경하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전국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754.3㎜다. 평년(30년 평균치·1189㎜)의 63% 수준이다.
지난달 말까지 대전·세종·충남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536.2㎜다. 평년의 46.7%에 그쳤다. 급기야 보령,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은 지난 1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6일 현재 전국 다목적댐의 저수율은 평균 38.8%를 기록했다. 금강수계 대청댐은 36.9%, 용담댐은 29.6%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보령댐은 22.3%로 5일부터 경보 수준이 '심각 2단계'로 올라갔다.
수도권 최대 상수원인 북한강 상류의 소양댐과 충주댐 저수율도 각각 44.5%와 41.7%로 예년의 67~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섬진강수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북 정읍의 용수 공급을 맡는 섬진강댐 저수율은 예년의 15.7%에 불과한 7.0%로 바닥 수준이다.
인천 강화 지역은 올해 강우량이 예년의 35% 수준으로 3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9.7%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강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연말까지 충남지역의 3개월(10~12월) 예보는 예년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겨울철 강우량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대전기상청 예보 담당자는 "현재의 가뭄 상태에서는 눈이 많이 내려도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령 중부권에서 적설량이 10㎝면 적지 않은 양인데 이를 강수량으로 계산하면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가뭄 장기화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연간 강우량의 절반쯤이 집중되는 특징이 있는데 올해는 6~8월 강수량만 놓고 볼 때 예년의 39%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10월 이후에는 태풍이 올라올 가능성도 적다.
◇엘니뇨 등 이상 기후 변화 근본적 원인… 태풍 북상 경로에도 영향 줘
이번 가뭄의 가장 큰 원인은 여름 장마철에 비가 적었기 때문이다. 태풍도 올해는 우리나라를 비켜갔다.
마른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 큰 데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이 거론된다.
엘니뇨는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가 수개월 넘게 평년보다 0.5도 높아지는 현상이다. 기상학계는 올해 2월부터 엘니뇨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당분간 점차 발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나타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진다.
태풍의 경우도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부터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졌고 이로 말미암아 태풍도 북상하지 못하고 일본, 필리핀, 중국 등 다른 지역으로 갔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발달한 엘니뇨로 북태평양고기압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이것이 강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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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작황 부진·일부 지역 식수 부족 등 피해 속출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작물 작황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강원 평창과 횡성, 영월 등에서 재배하는 배추와 무 등을 중심으로 생육 저하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군은 율무와 들깨, 콩 등 가을걷이 작물 수확량이 20∼4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수 사정이 좋지 않은 밭작물은 수확량이 적잖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도 피해가 예상돼 가격 급등에 따른 김장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계곡 물을 식수로 쓰는 산간과 도서 지역은 식수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추석 연휴까지는 어상천·영춘·단성 등 6개 마을에 식수를 공급했지만, 지금은 8개 마을로 식수 지원 대상이 늘었다.
인천 옹진군도 연평, 대청 등 5개면 지역 주민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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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 차원 '물관리협의회' 서둘러 설치해야… 4대강 활용 관개수로 확대 필요
2006년 이후로 가뭄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마른장마로 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었다. 국토교통부는 용수비축계획을 시행하면서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를 감축해 공급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가뭄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엘니뇨, 라니냐 등 이상 기후 변화가 손꼽히는 만큼 반복되는 가뭄 현상을 이겨내기 위해 체계적인 물관리가 시급하다는 견해다.
기상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고, 앞으로 점점 더 여름 장마철만으로 가뭄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컨트롤 타워를 갖추고 중장기대책을 세워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정부의 가뭄대응 업무는 기상청,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72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보령댐 도수로 신설과 함께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물관리협의회'를 설치·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각 부처·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특정 부서에 통합관리 기능을 주는 것에 이견이 있었다.
4대강 논란과 별개로 16개 보에 가둬둔 물을 가뭄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4대강 보에 저류된 물의 양이 7억2000만㎥쯤인데 보 주변으로만 물을 공급하는 수준"이라며 "기존 용수 공급망과 연계해 저류된 물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4대 강 사업으로 추가 확보한 수자원은 보와 강바닥 준설 7.2억㎥(한강 0.3억㎥, 낙동강 6.0억㎥, 금강 0.6억㎥, 영산강 0.3억㎥), 댐 2.4억㎥, 농업용저수지 증고 2.1억㎥ 등 총 11.7억㎥이다. 이는 팔당댐의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4대 강 사업 완료 이후 농경지까지 관개수로를 새롭게 설치한 곳은 없다. 현재로선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 상류로 물(하루 11만5000㎥)을 대기 위해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 도수로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 4대강 사업 이후 가뭄 해결을 위해 봇물을 활용하는 첫 사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는 104년 만의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2012년 8월 총리실 주관으로 '하천수(4대강) 활용 농촌용수공급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으나 아직도 지지부진하다"며 "4대강 16개 보에 넘치는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또 물을 물쓰듯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뭄 예방을 위해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보유한 물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일각에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물값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값을 올리면 아무래도 물을 아끼게 될 테니 수요 관리가 될 것이라고 견해다. 하지만 물값 인상은 4대강 사업의 부채 문제와 맞물려 있다 보니 야당이 반대하는 등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