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계열사도 25곳..."'TPA' 주력, 삼양그룹 계열 삼남석유화학 '최악'""건설사 12개로 가장 많고, '조선-기계-석화' 각각 7개업체"<>

  • 정부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을 퇴출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49곳이 2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재무구조 부실 기업 중 51%에 해당하는 25곳이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최근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출 전선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세계적인 교역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추가로 악재가 찾아든 것이다.

    부실기업 증가에 환율까지 요동치면서 IMF 이후 최대 위기라는 분석과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기업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올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기업평가 경영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정부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기준인 '2년 연속 영업적자 혹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적용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3년과 2014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을 기록한 곳은 총 49개사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자보상배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안정적인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1.0 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본다.

    1년 동안 이자보상배율 1미만을 기록한 기업은 2013년 75개에서 2014년 85개로 10곳으로 전체 기업의 17%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건설사가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조선·기계설비와 석유화학 기업이 각 7곳으로 나타나 중후장대형 기업들의 어려움이 심각했다.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기록한 49개 기업은 지난해 3조9259억 원 영업손실이 났지만 지급해야 할 이자는 4조8666억 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0.8이었다.

    이같은 수치는 2013년 -1.6에 비해서는 소폭 개선된 수치이지만, 영업적자 폭이 50.6%(4조254억 원) 줄었고 이자비용도 2.9%(1436억 원) 감소한 결과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49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25곳은 30대 그룹 계열사에 해당됐다. 그 중 현대중공업이 3곳으로 가장 많았고, SK, LG, 한화, 한진, 동부그룹 계열사가 각 2곳씩 포함됐다. 삼성, GS, CJ, LS, 대림, 현대, OCI, 금호아시아나, KCC, 동국제강 등은 각 1곳씩 들어갔다.

     

     



  • 기업별로는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남석유화학이 최악의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했다. 삼남석유화학은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 250으로 전년 대비 107.4 악화됐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 품목은 TPA(고순도텔레프탈레이트)로 중국의 신증설 등으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정부로부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산업이다.

    2위는 물류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으로 –84.3을 기록했고, 계룡건설산업(-4.2), 한화건설(-3.8) 등 15곳도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났지만 부채가 그 이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도 19곳이나 됐다.

    LS네트웍스와 코오롱글로벌, KCC건설은 0.1이었고, 대한전선, 한진해운, 한국철도공사 등도 이자보상배율 0.2에 불과했다.

    GS건설, 티케이케미칼, 한라, CJ푸드빌은 0.4, 아시아나항공, 하이프라자는 0.6, 한화케미칼 0.7, STX 0.8, SK해운, 대창, 대한항공 0.9, 두산건설과 삼동은 1.0으로 집계됐다.

    기업이 돈을 벌러 이자 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변국 보다 빠른 원화절상은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진짜 위기는 찾아오지도 않았다"면서 "해
    외투자 확대를 통해 환율을 관리하고, 사전에 한계기업 정리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끌어 올려놔야 진짜 위기가 왔을 때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