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4개월새 30조 폭증→내수침체, 악순환 고리41조 투입·코리아 블프데이 등 소비 불씨 총력
  • ▲ ⓒ연합
    ▲ ⓒ연합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았다는 위기속에 대한민국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이어 중국 경기둔화로 금융·증권시장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의 연속이다. IT를 비롯해 성장엔진인 자동차와 조선산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시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울한 통계 일색이다. 

    하지만 격랑속 대한민국호(號)가 이대로 무릎을 꿇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불황도 좋다고 생각하라!"는 파나소닉 창업주의 원칙이 '불황 일본'을 지탱한 힘이라면 이 원칙이 한국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외환위기 사태이후 우리 기업들이 초일류로 거듭나며 새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0월 '창간 10주년'을 맞은 뉴데일리는 이번 위기를 새 패러다임 구축의 기회로 승화시켜 "한국은 가장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메시지와 명확한 진단을 위해 5회에 걸쳐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한국이 저물가 속 경기침체라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에 들어설 우려가 있다"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최근 고백했다. "별 것 아니겠지"라고 치부하기에는 현 경제 침체의 골이 깊다는 실토이다.

    올해 들어 국내 경기가 새로운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모바일을 통한 IT산업의 성장신화가 눈에 띄게 급락하고 있고,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던 자동차, 조선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악성상황이란 것은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적극적 경기부양책과 엔화 약세에 힘입어 급부상하는 일본과 환경문제와 인건비 증가로 인해 성장동력이 식어가는 중국의 쇠퇴를 통해 한국경제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표면화되고 있다.

    ◇ 우울한 경제지표…내년 소비절벽 우려 증폭

    이달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소비에 불씨를 지폈다는 평가다. 행사기간(1일~11일) 동안 백화점·온라인쇼핑몰·가전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20% 내외 증가했고 추석 이후 비수기였던 대형마트 매출도 전년 대비 증가세(4.3%)로 돌아섰다. 메르스로 급감했던 외국인 입국자 수가 지난 6월(-41.0%) 이후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다가 10월(1~12일) 중 6.5% 증가세로 전환하는 성과도 냈다.

    문제는 소비진작을 위한 정부정책의 일회성으로 장기적으로 침체기류를 꺾기에는 역부족이고, 정책일몰 이후 소비가 급속히 감소하는 부작용까지 우려되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노후차량의 신차 교체시 개소세 및 취·등록세를 각각 70% 감면 정책으로 2009년 2분기 당시 소비가 반짝 증가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3.3%로 급증했지만  바로 그 다음 분기에는 1.0%로 떨어졌다"고 전제하면서 "정책 일몰 이후 '소비절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 ▲ ⓒ연합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그래서 더욱 암울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존(2015년 6월) 2.7%에서 2.4%로 0.3%포인트 낮췄다. 또 2016년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올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정부 목표치인 3.1%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공식 언급, 대외 여건의 악화로 정부가 애초 내걸었던 3%대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고령화·부채부담 등 구조적인 소비부진 요인과 중국 성장 둔화·위안화 절하 지속 등 중국경제 불안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6년에도 민간소비와 수출(국제수지 기준)이 각각 1.9%, 3.8%에 그치는 등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경硏은 "미국의 금리인상보다 중국경제 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중국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출 회복을 위해 원·엔, 원·위안 환율 간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등 원화만 강세가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수출 난항에 한국성장 엔진 '제조업' 위기 팽배

    중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면서 당장 우리나라 수출에 내수 경기까지 비상이다.  국내 산업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 이상으로 높기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4%로, 세계 평균(10.4%)과 비교해 의존도가 높다. 실제 올 들어 중국 경제 성장률이 7%대 턱걸이를 하면서, 6월(0.6%)을 제외하고 대중 수출은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성장하는데 그쳤다. 2009년 1분기(6.6%) 이후 분기 성장률로는 최저치다.

    이에 따라 26일~29일 열리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의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둔화세의 중국 경제 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 ▲ ⓒ연합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동차업계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상반기 30% 이상 판매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7월의 경우 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베이징현대는 올 상반기 신차 판매량이 51만229대로 전년 동기대비 7.7%가 감소, 올초 목표로 잡은 전년 대비 3% 증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차도 중국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지난 상반기 판매량이 30만3157대로 전년 동기대비 2.4%가 줄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올들어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전체 신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게 악재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1185만300대에 그치며 상승세가 꺾였다.

    조선업계도 사상 초유의 적자 늪에 빠졌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3가 올 상반기 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 ▲ ⓒ연합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조선 빅3의 합산 영업손실은 총 4조9603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5년에도 빅3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5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은 40년 넘는 대형 조선3사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처럼 중국발 경기침체 등으로 수출상황이 나빠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사이 5% 가까이 급락하며 추가 악재까지 덮쳤다. 이때문에 올해 무역 1조달러 달성이 5년 만에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특히 원·엔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달 1일 978.78원으로 마감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24일 938.68원으로 40원 이상 빠졌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원·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이 지난해보다 약 8.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석유화학, 철강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가계 빚·노사갈등 경제뇌관…소비·노동개혁 골든타임 살려야

    기업이 휘청이면서 노사 간 대립, 가계로 전이되는 부실 등 곳곳에 경제금융위기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노동 개혁 좌절이든, 가계 부채이든 한번 터지면 외환위기가 또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에 지난달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따르면 은행권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기타 금융기관 대출을 모두 합친 전체 가계 신용은 지난해 말 기준 109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9월(1059조2000억원) 이후 4개월여 만에 30조원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국민 1인당 약 2000여만원 넘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눈덩이'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개인파산 증가와 나아가 기업 부실까지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여기에  노사갈등 역시 큰 부담이다.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문제는 여전히 사측과 노조가 평행선이다. 때문에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 5대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처리도 난항이 예상된다.

  • ▲ ⓒ연합

     

    여당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노동개혁에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반드시 자체 대안을 반영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역시 현대차 등 대형사업장과 임단협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경노선을 선택할 경우 경제계는 격랑 속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산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총체적 내우외환 타개책으로 내수 활성화에 올인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소비심리 살리기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않된다는 지적이다. 소비진작을  통해 디플레이션 우려와 기업의 경영 활동 위축이 반전되며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돈다는 계산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회복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의 소비를 촉진하고 외국인관광객을 흡수하도록 하는 대책도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한상완 현경연 경제연구본부장은 "가계소득 증대가 급선무"라며 "가계소득 증대가 소비와 생산,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야 내수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수 활성화와 소비 불씨를 위해 기업의 이익과 가계 소득을 늘려야만 세수 부족까지 해결하는 장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단 정부는 위기 상황에 놓인 내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4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낮추는 등 본격적인 확장적 거시정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