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매매 실적을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자기매매 실적을 성과에 반영하는 현행 제도가 과도한 자기매매를 이끌고, 고객들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우려로 금융당국이 이를 규제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증권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점 영업직원의 자기매매 거래실적을 이달부터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이는 과거 영업직원 과당매매 계좌 수익에 대해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기준을 보다 강화한 것으로, 과당매매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영업직원의 자기매매 거래 실적을 성과급 산정 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은 자기 매매실적을 모두 성과에 반영시키는 현행 제도가 과도한 자기매매로 이어질 경우 고객과 이해관계가 상충될 소지가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자기매매를 성과에 반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등도 임직원 자기매매 성과보상체계를 점검 중이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조치는 당국의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증권사가 스스로 업계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국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자기매매 근절방안에 대한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당국의 규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증권사 직원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함과 동시에 그동안의 관행을 금지함으로 인해 차명계좌 개설 등 오히려 불법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해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정착될 경우 논란이 가라앉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 격변기의 금융정책 방향 포럼'에서 "증권사 임직원 자기매매 제한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해서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증권사 스스로가 자율규제에 대한 강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도록 하지만, 사후에 사고가 발생하면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매매 회전율과 매매 횟수는 일정부분 제한하고, 의무보유기간도 설정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황 실장은 또 누적투자금액도 회사가 정한 일정 한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6개 증권사 및 외국계 증권사는 자기매매를 성과급 항목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기존 제도는 임직원이 자기매매로 실적을 쌓기 위해 고객 관리에 소홀해지는 등 이해관계가 상충될 소지가 있다"며 "자기매매를 자제하고 고객의 수익률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성과 기준을 개편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기매매 이슈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 중인 당국과 업계가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