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 후보, 금투세 연기 시사…당내 논의 본격화여당 제도 폐지 주장에도 여야 조율 통한 유예 가능성 한투연 '금투세 폐지' 캠페인 확대…8월 15일 2차 촛불집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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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이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유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시행 시기가 임박할 때마다 유예가 반복되며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개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그간 금투세 강행 의지를 보여왔던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유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사실상 대표 연임을 확정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CBS 라디오 방송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를 언급한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이날 KBS가 주관한 방송토론회에서 금투세 완화 정책을 구체화했다.

    이 후보는 "주식시장의 불공정성, 소위 주가조작 문제 또는 한반도 위기나 외교 문제, 국가 미래 경제 정책 부재로 인한 손실을 투자자들이 다 안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상당 기간 미루는 것을 포함해서, 또 한 가지는 면세점을 올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지금 5년 동안 연간 5000만 원, 2억5000만 원 이상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 되는데, 저는 이것을 연간 한 1억원 정도 올려서 5년간 5억 원 정도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를 해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20~25%다. 원래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으로 시행이 2년 유예된 상태다.

    내년 금투세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추진해왔지만 그간 민주당이 강행 의지를 보여왔다.

    금투세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주당이 최근 '신중론'으로 돌아선 건 증시 위축으로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지속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선 국내 증시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금투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개인투자자 이탈 흐름 문제를 지목해왔다.

    실제 개인들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13조470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주식 보관액은 946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23.1%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여당 측은 유예를 반복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기는 것보다는 폐지가 낫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여야 조율을 통한 유예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투세 유예 내지는 폐지, 얘기들도 나오는데 이재명 대표가 거기까지 얘기한 건 아니다"며 "(국민의힘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투세 같은 경우는 대상이 굉장히 적지만 만약 고액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면 그 피해가 결국 개미 투자자들한테 가는 거 아니겠나. 그렇기 때문에 그런 여론들을 반영해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들 "증시 불확실성 반복 그만…폐지해야"

    정치권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는 확산하고 있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8월 금투세 폐지를 위한 전자서명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투연은 향후 캠페인 종료 후 그 결과를 여야에 전달할 방침이다.

    지난 4월 금투세 폐지를 위한 국회 국민청원에는 6만5000여명이 동의했으며, 6월에는 7만명 가까이 동의해 국회 기재위에 상정 후 논의될 예정이다. 

    한투연 등 개인투자자들은 오는 8월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폐지 촉구를 위한 2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5월 말에도 금투세 강행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투세 시행은 K-주식시장의 사망 선고이며, 유예는 인공호흡기 장착에 불과하다"며 "폐지만이 주요 증시 중 나홀로 침체일로인 우리 주식시장이 소생 후 건강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최근 거론되고 있는 유예는 불확실성 증폭으로 가뜩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허덕이는 우리 주식시장을 장기 침체의 늪에 가둘 매우 나쁜 선택"이라면서 "민심을 따라야 할 여야 정치인들은 8~9월 중에 폐지 후 진정한 선진국 수준의 환경이 될 때 논의 후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