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가 점점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수출만 제대로 받쳐줬더라면 3% 후반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는 살아나고 있지만 제조업 수출 부진,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성장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최 부총리 조차 3%대 성장을 어렵다고 본 것이다. 


    ◆ 올해 2% 성장 기정사실.. 내년에는?

    현재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2.7%, 국제통화기금(2.7%), 경제협력개발기구(2.7%) 등 모두 2%대 후반대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3.1%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지만 지나친 기대라는 평가가 많다.  

    메르스 사태 이후 1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쏟고 특별소비세 인하 등 강도 높은 소비 진작책을 펼쳤지만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내년 경제상황은 더 녹록지 못하다. 중국의 성장세는 눈에 띠게 주춤한 데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정책결정권자 대부분이 12월에는 금리인상 요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내년에 모두 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1%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경정예산안과 소비세 인하 등과 같은 '반짝' 부양책으로는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 원샷법, 기촉법 지지부진.. 당국-여야 협조 안돼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이 시급한 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쟁'에 밀려 이렇다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낼 태세다. 경제 체질을 뜯어 고치는 노동개혁은 역사 교과서 논쟁에 밀려 국회 논의는 숱하게 지연됐다.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돕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가로 막혀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상당수 기업이 경쟁력 차원이 아닌 산업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인 '사업재편'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경쟁력이 부족한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고 유망한 분야에 투자하는 '전환'이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23일 원샷법 공청회에서 특혜조치 최소화, 구조조정 절차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등을 전제로 한 법안의 필요성에 야당이 공감하면서 국회 통과 전망을 밝히고 있다.   

    금융개혁은 '데드라인'이 턱밑까지 쫓아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금융산업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있다"면서 "크라우드 펀딩, 빅데이터활용 등 핀테크 금융을 더욱 육성해 금융산업을 활성화할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국회 정무위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법 등은 고사하고, 당장 올해 말 일몰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을 둘러싼 논의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가 진행되는 25일까지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기업 구조조정 단계에서 '워크아웃'은 사라지고 법정관리만 남게될 공산이 크다. 

    이밖에도 내달 예비인가를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확대를 위한 은행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은행법 개정안은 사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분리 제도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야당은 은산분리 완화는 절대 안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는 의결권이 제약을 받아 제대로 된 경영이 불가능 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정쟁'에 빠진 정치권 만이 아니라, 이런 정치권만 바라보는 금융당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법안 처리를 정치권에 맡긴 채 문제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온다. 금융개혁 관련 법 통과 문제가 어제, 오늘 불거진 일이 아닌데 일찌감치 중심을 잡고 드라이브를 걸었더라면 좀 더 수월하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다. 야당을 향한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 여당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개혁을 어떻게 국회 혼자 하느냐.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연내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정치적 판단 때문에서라도 강경모드로 나올 것은 뻔한 일인데 금융당국과도 협조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