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특구 통폐합 추진… 충청권 "영·호남 회유 위한 정지작업"
  •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2016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2016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규제자유지역(규제프리존) 도입에 이어 경제특구를 수술대에 올리겠다고 나서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가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프리존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떡밥이란 의견이 적지 않은 가운데 경제특구 통폐합은 정지작업 차원의 후속조치라는 견해다. 경제자유구역에 규제프리존을 넣어 혜택을 키우는 조건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직격탄의 사정권에서 빗겨나 있는 지방자치단체 회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청은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각종 경제특구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필요 없는 경제특구는 지정을 해제하고 유사한 특구는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용역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산업연구원(KIET) 등 5개 연구기관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등 외국인 투자 관련 특구에 대해 개선방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부처 공동으로 기업도시, 자유무역지역, 산업단지 등 여러 특구를 망라해 구조조정 방안을 찾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정부의 종합적인 특구 제도 개선방안은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에는 외국인투자지역 90곳, 자유무역지역 13곳, 경제자유구역 8곳 등 111곳의 외국인투자 특구가 있다. 산업단지 27곳, 연구개발특구 5곳, 기업도시 6곳, 혁신도시 10곳 등을 포함하면 경제특구는 200곳이 넘는다.

    부안 신·재생에너지산업클러스터특구, 서울 강서 미라클메디특구 등 지역특화발전특구도 172곳이 있다.

    문제는 이런 특구가 산업적 효과보다 선거 때 지자체 요구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지정·운영되다 보니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올해 3월 현재 전체 면적 335㎢의 43.1%인 145㎢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경자구역은 2010년(90.51㎢), 2011년(39.2㎢), 지난해(92.53㎢) 등 3차례에 걸쳐 장기간 개발이 지연된 곳이 지정 해제됐다. 현재는 2008년 지정된 경자구역 571㎢의 58.7%쯤으로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역 반발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제특구 손질에 나선 것은 특구 운용의 효율성 제고뿐만 아니라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정지작업의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규제프리존을 투자 유치나 개발이 부진한 경자구역에 포함해 지역 개발을 활성화함으로써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자구역은 전국에 8곳이 지정돼 있다.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동해안권, 충북 등이다. 비수도권 중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 사정권에 든 지역은 충북 한 곳뿐이다.

    충청권 지자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프리존과 경기 동북부 지역 투자여건 개선을 연계하려는 것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해 혜택을 먼저 주고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경자구역에 규제프리존을 넣어 더 큰 혜택을 주고 지역개발을 촉진하겠다고 하면 지자체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수도권과 떨어진 경상·전라도의 경우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직격탄을 맞지 않아 협상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부연했다.

    충청권 일부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 사정권에 들지 않은 지역도 일정 부분 규제 완화의 여파가 예상되는 만큼 협상이 수월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일단 주는 혜택을 마다할 리는 없다는 데도 동의한다. 추후 협상 여지에 대한 가능성은 인정하는 셈이다.

    충청권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경상·전라 지역도) 올해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1000만명 서명에 동참한 만큼 기본적으로는 기업 등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태도"라며 "다만 규제프리존을 통해 경자구역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데 당장 이를 반대할 곳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지역의 차별화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프리존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규제프리존에서는 전략산업 발전을 위한 업종·입지 등 핵심 규제가 과감히 철폐된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대해 전략산업 선정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시행을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 등에 대한 기업 투자여건 개선과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밝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떡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