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저렴한 원료, 실적 책임질 높은 정제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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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실적 상승세를 2016년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향 안정세로 줄어든 원료비 부담과 석유제품 공급부족으로 형성된 높은 정제마진이 정유사의 지난해 호실적을 견인했다. 올해도 저렴한 원료, 높은 마진이라는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호실적이 또 다시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낮은 원유 가격, 손익분기점 위에서 형성된 정제마진 등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동절기에 접어들어 난방유의 계절적인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까지 정유사의 실적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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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원유, 유지될 가능성 높다"… 저유가 견인한 셰일가스
원유(Crude Oil)는 셰일가스 출현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누리던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
셰일가스는 저렴한 LNG(액화천연가스·주성분 '메탄')로 에너지 시장에서 원유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배럴당 100달러에 거래되던 원유가 배럴당 60달러에 거래되는 천연가스와의 경쟁을 위해 가격 하락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2014년 평균 가격은 배럴당 92.91달러, 지난해 WTI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48.76달러다. 올해 첫 WTI 거래 가격은 배럴당 37.04달러다.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계기로 개발되기 시작한 미국의 셰일가스가 지난 2006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 액체 탄화수소(원유)를 위협하는 기체 탄화수소(천연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을 통해 유가 상승을 견인하려는 시도는 천연가스에 주류 에너지 시장을 내주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천연가스로부터 위협을 받는 원유 생산국은 에너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공급과잉을 통해 가격 하락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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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정제마진 그 이유는?… 정제설비 부족에 따른 석유제품 공급부족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구입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LPG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원유 구입비용, 물류비용, 공정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실적 그 자체다.
지난해 정제마진이 상당히 좋았다. 정유사가 밝힌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9.8달러였고 하반기에는 10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정제마진의 고공행진은 201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제마진이 높은 것은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기준, 전세계 일일 석유제품 수요는 9208만6000배럴이지만 정유사가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석유제품은 8867만3000배럴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 수요가 1억배럴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십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체에너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제설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정제설비 부족으로 형성된 현재의 높은 정제마진은 향후 2년 이상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