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소송·4·13 총선 투쟁할 것"… 정부, 독자적인 노동개혁 추진 전망
  • ▲ 한국노총 노사정 대타협 파기 공식 선언.ⓒ연합뉴스
    ▲ 한국노총 노사정 대타협 파기 공식 선언.ⓒ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 19일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대타협을 이룬지 126일 만이다.

    앞으로 노정(勞政) 관계는 험로를 걷게 됐다. 한노총이 대정부 투쟁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부도 양대 지침 발표 등 독자적인 노동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노총 "총선·소송 투쟁" 선언… 정부, 양대 지침 발표 예상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15 노사정 합의가 정부·여당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혀 휴짓조각이 됐고 파기돼 무효가 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노사정 합의 다음 날 비정규직 양산법 등을 입법 발의하면서 노사정위원회의 역할과 존재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노사와 충분히 협의하기로 합의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도 지난해 12월30일 전문가 좌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등 노사정 합의문을 한낱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했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 해고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 도입 때 노조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의 완화를 각각 의미한다.

    한노총은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4·13 총선 투쟁'과 '소송 투쟁'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과의 연대투쟁 가능성도 열어놨다.

    총선 투쟁은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동계 의견에 반하는 후보와 정당에 대해 조직적인 낙선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한노총과 민주노총이 연대해 총선 투쟁을 벌이면 위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두 노총의 조합원 수는 147만명에 달한다.

    법적 대응은 양대 지침에 대한 가처분 소송과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노총은 양대 지침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어 행정부의 월권행위에 해당한다는 견해다.

    이날 파기 선언은 이미 예상됐었다. 한노총은 18일 상임집행위원회(상집)를 열고 19일 오전까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노총은 지난 11일 제6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양대 지침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과 '9·15 합의' 내용에 맞는 5대 노동개혁 법안을 천명할 것을 제안하며 대타협 파탄을 선언했다.

    정부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자며 원론적인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한노총이 요구하는 백지상태 논의와 거리를 뒀다.

    앞으로 정부는 노동계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양대 지침 발표가 예상된다. 양대 지침은 행정지침이어서 고용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최근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올해 정년 60세 시행에 맞춰 실천해야 할 노동개혁이 계획보다 늦어진 상황으로, 노사정 주체는 양대 지침 등 후속 개혁을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지침'인 양대 지침이 변수… 勞 '강제 시행'·政 '소송 결과' 부담

    한노총의 대타협 파기 선언으로 노정 간 강대강(强對强)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만, 변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계 투쟁이 한계를 보일 수 있고, 정부도 노동계 집단 반발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양대 지침 시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이를 막을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장에서의 지침 시행과 집회 현장의 투쟁이 따로 겉돌 수 있다는 것이다.

    강훈중 한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지난해 말 전문가 간담회에서 제시한 지침 안과 관련해 "정부는 회의 진행을 위한 발제였을 뿐 확정한 안을 발표한 게 아니라지만, 전문가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이미 노동시장과 사용자에게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노총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초안을 언론에 배포하고 어용학자를 부르는 방법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지침을 강행하려 한 것"이라며 "이미 노동시장에서는 정부의 초안이 가이드라인이 돼 사용자가 노조를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양대 지침 시행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한노총이 소송 투쟁을 밝힌 가운데 양대 지침이 근로기준법에 종속되는 행정지침에 불과해 한노총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논란 때도 고용부의 관련 '지침'이 있었지만, 기업 노조들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내세워 소송을 낸 결과 고용부 지침을 뒤엎는 판결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