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수건 짜내도 정부 '모자라다'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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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가 정부의 적극적 정책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선복량 과잉, 운임 지속 하락 등으로 영업적자 및 부채가 크게 늘고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업체는 위기 극복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알짜 사업부 매각에까지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더 혹독한 구조조정만을 요구할 뿐 별다른 대책 마련은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업체의 추가적 자구노력이 없을 시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양사의 자구노력이 충분치 않을 경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리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해운산업 지원을 위해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조건도 함께 걸었다.
업계는 정부의 허울 좋은 지원책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는 형편의 한진해운 현대상선은 현 경제상황에서 부채비율을 400% 이하까지 낮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부실이 본격화 된 지난 2013년 말부터 자본확충은 물론 각종 사업부문 및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했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당초 자구계획 대비 각각 19%, 8.6%를 추가 달성하며 2조3532억원, 3조5882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부채도 줄고는 있지만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뚜렷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13년 1462%, 1185%에서 2014년 995%, 959%로 내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양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각각 770%, 1205%로 추정된다.
국내 해운사 한 관계자는 "양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비핵심 자산은 물론 알짜 사업 매각까지 나서고 있지만 부채비율 개선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가 자구 이행도 좋지만 그만큼 업체들의 경쟁력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선박 운임 지수가 바닥을 보이며, 선사들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보다 선복량이 많아지며 운임가는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 업황을 알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와 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 모두 최근 1년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BDI의 경우 지난 2008년 호황기 때와 비교하면 6배 이상 쪼그라 들었다.
또 최근 추세가 1만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 발주를 통한 운송 효율화인데, 1만3100TEU급 컨선이 전부인 한국 선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다. 2011년 이후 발주가 끊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은 신규 발주는 커녕 벌크전용선 부문, LNG(액화천연가스) 사업부문 등 돈 되는 사업마저 내다 팔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한 뒤 제조업 제품을 만들어 다시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세계 6위권 무역강국"이라며 "해운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정부가 무리한 자구계획만 요구한채 적극적 정책을 뒷받침 하지 않으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