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ELS 헷지부담에 적자 증권사 속출해외에서도 한국發 ELS 쇼크 경고…국내선 "과도한 우려"주장
  •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ELS(주가연계증권)이 결정했다.

    지난해 상반기 증시호조로 대다수 증권사들이 전년대비 대폭 개선된 연간실적을 발표했지만 하반기 들어 ELS 헷지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해 실적이 악화됐고, 급기야 4분기 개별실적은 적자전환한 증권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SK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연간 실적을 까먹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로 인해 1년만에 다시 적자회사가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4년 3년만에 적자에서 벗어난 바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 2264억원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4분기 1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밖에 대우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상반기 중 보인 호실적을 이어가지 못하고 4분기들어 뒷심이 급격히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악화는 중국과 홍콩 증시 폭락에 따른 ELS의 영향이 크다.


    대다수 증권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시 호전에 힘입어 2014년 전체 실적에 육박하는 순익을 냈다. 반면 하반기 들어 갑작스럽게 증시침체가 시작되고, 특히 ELS 기초 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폭락하면서 증권사들은 막대한 헷지 비용에 시달렸다.


    4분기 실적악화를 체험한 증권사들은 한목소리로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상품운용 손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분기 까지 22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4분기에도 58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지난 1년 동안 287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1447억원보다 99% 증가하며 '대형사'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는 4051억원으로 3월 실적발표를 앞둔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업계 1위다.


    이같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선전은 각 사업부문에서 골고루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 ELS 보다는 대형 PF(Project Finance)위주의 사업을 벌여온 덕분에 지난해 하반기 ELS 헷지부담에 신음했던 타 증권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ELS 계정 별도 회계처리로 수익변동성이 축소돼 지난해 H지수 급락에 따른 ELS관련 손실이 단기 악재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만 2015년 실적 중 특히 하반기 증권사들의 실적을 ELS가 좌우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ELS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투자자의 움직임이 유럽증시와 홍콩달러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ELS관련 매도 물량이 유럽과 홍콩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조기상환형 ELS에 쏟아부은 약 400억달러(48조원)의 금액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비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칼럼을 기고한 휴스 특파원은 "홍콩H지수는 지난해 5월 정점 대비 46% 하락해 증권사들의 헤지 물량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스톡스 지수 역시 작년 고점대비 20% 하락해 헷지 움직임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내에서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ELS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상품이 만기도래까지 2년 가량의 시간이 남은 만큼 당장 패닉에 빠질 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황 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기준 37조원에 달하는 H지수 연계 ELS 중 2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은 3%인 1조원에 불과하다"며 "원금손실구간인 녹인(knock-in)에 들어갔다고 손실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만기 지수에 따라 녹인이 풀릴 수 있는 만큼 조기 환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