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시공권 가졌던 대우건설 "사업 포기 안해"대림산업·한화건설, 적극 홍보로 이미지 UP
  • ▲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문을 붙였다.ⓒ뉴데일리경제
    ▲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문을 붙였다.ⓒ뉴데일리경제


    서울 노원구에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 내에서 최초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계주공8단지에선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시공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가 해지 당한 대우건설은 물론 새롭게 대림산업·한화건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는 10일 건설사간 각축전이 예상되는 상계주공8단지를 찾았다. 이 단지는 지하철 4호선 노원역 10번 출구에서 도보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단지 규모는 지상 5층, 18개 동, 전용 31~47㎡, 총 830가구다. 

    조합 사무실은 상계동 433-2번지에 있는 연경미술학원 3층에 마련돼 있었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 8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 △두산건설 △호반건설 △KCC건설 △쌍용건설 △효성 △한진중공업 △이수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공사예정가격은 상한가 3.3㎡당 430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반 분양가는 3.3㎡당 1600만~1700만원대로 논의되고 있다. 추가 분담금은 1억9000만원대, 이주비는 1억1000만~1억2000만원대로 예상된다.

  • ▲ 상계주공8단지는 1988년 완공됐다. 사진은 상계주공8단지 모습.ⓒ뉴데일리경제
    ▲ 상계주공8단지는 1988년 완공됐다. 사진은 상계주공8단지 모습.ⓒ뉴데일리경제


    김현태 조합장은 "1군 건설사의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사업계획서라고 생각한다"며 "건설사가 받을 수 있는 총 도급비는 2000억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 분양 물량이 극히 적은 1:1 재건축 사업이다"며 "건설사 입장에선 일반 분양에 대한 부담 없이 시공비만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계주공8단지는 2002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돼 왔으며 같은 해 대우건설이 한화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우건설은 사업에서 물러났다.  

    김현태 조합장은 "대우건설은 2012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의사를 밝힌 후 운영비 지원 등에 소극적이었다"며 "조합이 종상향을 위해 백방으로 뛸 때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계주공8단지가 있는 땅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어서 용적률이 낮은 것이 재건축 진행에 걸림돌이었다. 조합은 보다 용적률이 높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2014년 4월 서울 도시계획워원회로부터 종상향을 받아 냈다.     

    김현태 조합장은 "대우건설은 공식적으로 2014년 10월 조합원 총회를 거쳐 시공사에서 해지됐다"며 "그 후 대우건설은 조합이 빌린 운영비 11억원을 갚으라며 조합원 7명의 집을 압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건설에 실망감을 느낀 조합원들이 많다"며 "결국 대우건설이 손 안에 있던 고기를 놓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상계주공8단지에는 곳곳에 노후화된 흔적이 있다.ⓒ뉴데일리경제
    ▲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상계주공8단지에는 곳곳에 노후화된 흔적이 있다.ⓒ뉴데일리경제


    하지만 대우건설은 사업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일방적으로 시공사 해지 공문을 보냈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압류한 것"이라며 "시공권을 회복하면 조합에 빌려준 돈은 재건축 사업비의 일부인 대여금이 되는 만큼 압류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의지가 있어서 현설에 참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과 중개사무소는 대림산업과 한화건설이 현설 참여 건설사 중 가장 눈에 띈다고 전했다. 

    주민 함경순(60·가명)씨는 "대림산업과 한화건설이 홍보에 가장 적극적"이라며 "다른 건설사의 이름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A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주민들이 대림산업과 한화건설 이야기를 많이 하고 대우건설은 언급을 꺼린다"며 "e편한세상(대림산업)과 꿈에그린(한화건설) 정도면 단지 브랜드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주민 임형수(65·가명)씨는 "아직 건설사 중에서 대우건설만 아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자이(GS건설)도 현설에 왔다"며 "다른 건설사들도 사업계획서에 따라 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태 조합장은 수주전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곳은 일반 분양 숫자가 적어 강남권 재건축 현장처럼 건설사 간 수주전이 과열돼 소송 등으로 이어지면 재건축을 할 수 없다"며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홍보는 엄정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 ▲ 상계주공8단지는 누수, 균열 등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상계쭈공8단지 배관 모습.ⓒ뉴데일리경제
    ▲ 상계주공8단지는 누수, 균열 등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상계쭈공8단지 배관 모습.ⓒ뉴데일리경제


    1980년대 후반에 조성된 상계주공아파트는 총 16개 단지, 4만여가구에 달한다. 이 중 상계주공8단지는 공장에서 철근 기둥 등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다른 단지는 현장에서 철근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붓는 RC(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PC공법은 RC공법보다 일정한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건물 접합 부위가 정밀하게 이어지지 않으면 누수, 균열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상계주공8단지가 2004년 4월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것도 심각한 누수와 지반 무너짐 현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파트 곳곳에서 누수, 균열 흔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김현태 조합장은 "상계주공8단지가 임대아파트였다가 5년 후 분양을 했기 때문에 다른 아파트와 달리 PC공법이 사용된 것 같다"며 "일부 동은 연약한 지반 문제가 더해져 붕괴 위험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상계주공8단지 입찰 마감은 내달 22일이다. 합동홍보설명회는 입찰 마감 후 일정이 결정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6월로 예상된다.  

    재건축이 성사되면 상계주공8단지는 지하3층 지상30층, 13개 동, 전용 59~114㎡, 총 1062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된다. 각 물량은 조합원 분양 820가구, 임대주택 155가구, 일반 분양 74가구다. 평형별 물량은 조합원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된다. 상가는 단지 내에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