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협박·성추행 등 도덕적 해이 심각…학문보다 악습 챙겨
  • ▲ 지성인을 길러낸다는 대학가에서 신입생 대상 가혹 행위가 지속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성인을 길러낸다는 대학가에서 신입생 대상 가혹 행위가 지속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강요, 학생회비 강제 징수, 얼차려 등 대학가에서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가혹 행위가 매년 이어지면서 대학본부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바로 잡아야할 기존 학생들이 오히려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행위 자체를 '범죄'로 인식하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가 전반의 변화가 없이는 결국 악습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3월 2016학년도 1학기가 개강을 전후로 신입생 환영회 등 행사에서 성추행, 얼차려 등 가혹행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월 말 경북의 한 콘도에서 진행된 금오공과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총학생회 관계자 등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게임을 강요하면서 폭행을 했다는 '금오공대 성추행'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연세대에서는 신입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음주를 과도하게 강요받았다는 한 신입생의 지적에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동아대와 원광대에서는 신입생을 상대로 술을 뿌리거나 먹다 남은 음식물 등을 섞은 오물을 투척해 물의를 일으켰고 교수도 동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가혹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신섭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잘못된 기성세대의 문화가 대학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신경을 안쓰는 부분에서 학생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데 잘못된 습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격적 전달을 대학 선배가 해야 하는 데 이러한 문제를 만들고 있다. 건전화 문화가 되도록 대학에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주 외에도 회비를 강제로 징수하거나 얼차려 등 가혹 행위도 반복되고 있다.

    가천대에서는 행사 미참석자에게 불참비를 거둔 것에 항의가 빗발쳤고 대구교대에서는 OT 참가비 강제 징수 및 불참에 따른 회비도 거둬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예술대에서는 이달 초 서울예대 총학생회가 단체 기합 및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건전한 대학 문화를 이끌어야할 학생들이 '암묵적 협박'으로 신입생에게 회비 납부를 요구하고 관습을 빌미로 얼차려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에 먼저 눈을 뜬 셈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생회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자치권을 주장할 때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본부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했지만 학생들의 일탈을 모두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각종 가혹 행위가 '범죄'가 된다는 인식 없는 상태에서는 성추행, 협박, 폭행 등의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강화되기 전 대학가가 먼저 자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식 안전문화포럼 회장은 "대학 문화가 정제되지 못한 상태에서 신입생을 상태로 음주를 강요하는 것을 '대학의 낭만'으로 착각하는, 고착화됐다. 폭행, 성추행 등 일탈적 행위도 처벌이 매우 약해 숨기려 한다. 상아탑에서 필터링되지 않는 문제점에서 내부적 자정 노력으로 하는 것이 대학 안정화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초·중·고교생과 달리 대학생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지만 학교라는 부분에서 수사기관도 많이 자제하는 편이며 형벌에 의한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억눌려 있는 것이 풀리면서 폭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 자체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각종 가혹 행위를 범죄라고 인식해야한다. 죄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인식 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