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임대조건 시세의 85% 수준… 에어컨 설치·지역난방 아닌 것도 고려해야
  • ▲ 행복주택 가좌지구.ⓒ국토부
    ▲ 행복주택 가좌지구.ⓒ국토부

    행복주택 개념에 가장 부합한다는 가좌역 행복주택이 입주자 모집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임대조건이 시세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좌역 행복주택은 소위 풀옵션이 아니어서 에어컨 설비가 없고 난방 방식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지역난방이 아니어서 냉·난방과 관련해 초기 입주·유지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가좌지구 등 전국 4곳에서 올해 첫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이 시작됐다.

    가좌지구는 총 362가구를 공급한다. 공급 규모는 16㎡ 290가구, 29㎡ 47가구, 36㎡ 25가구 등이다.

    국토부와 LH는 행복주택이 주변 시세의 60~80% 범위에서 임대료가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을 위한 전용면적 16㎡의 경우 임대조건은 보증금 3400만원·월세 7만원부터 보증금 500만원·월세 18만원까지로 입주자가 보증금과 월세를 전환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가구는 임대조건이 시세와 견줬을 때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용 36㎡는 보증금 7080만원·월세 28만3000원 수준이다. 국토부와 LH가 제시한 전환 임대조건을 적용하면 보증금을 1180만원으로 낮출 경우 월세 부담은 47만9000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이 조건은 현재 가좌역 인근 비슷한 면적의 임대조건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가좌역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29.8~36.4㎡ 임대조건은 보증금 1000만원·월세 40만~50만원 선이다. 국토부가 밝힌 표준임대료를 보면 신혼부부는 시세의 80% 선에서 공급되므로 임대조건을 전환하면 보증금은 940만원 선이 돼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시한 임대조건은 시세의 85%쯤이다. 월세는 96~120% 수준이다. 오히려 비싼 사례도 확인된다.

    여기에 가좌지구는 소위 풀옵션 주택이 아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다. 철로 위에 지어져 소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여름철 창문을 열어 더위를 식히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29.8㎡ 기준 에어컨 구매비용은 110만~120만원이다. 중고를 고려해도 60만~70만원은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설명대로면 에어컨 등이 설치된 인근 풀옵션 주택의 임대조건은 입주자가 냉방기를 설치하는 일반 다가구주택과 비교해 5만~8만원 더 비싼 편이다.

    이를 신혼부부 임대조건에 반영하면 임대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난방비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좌지구는 지역난방 대신 도시가스가 공급된다.

    지역난방은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온수를 배관을 통해 아파트 등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역난방이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개발난방보다 난방비가 싸다는 게 일반적이다.

    열공급설비 전문가는 "전용면적 85㎡ 아파트에서 연간 같은 열량(8.13Gcal)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 지역난방이 LNG(액화천연가스) 개별난방보다 7~30% 저렴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애초 LH도 난방비 절감을 위해 지역난방 공급을 고려했지만, 의무공급 지역이 아닌 데다 시설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도시가스를 선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난방업체 관계자는 "가좌역 행복주택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려면 주변에 철로가 있어 배관 공사비가 추가될 수 있다"며 "공사비 부담 때문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냉·난방비도 집을 구할 때 잘 살펴야 할 조건 중 하나로, 임대조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인근 다가구주택은 월세가 잘 나가지 않고 있으므로 가격조건을 비교하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