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불확실성에… 코스피 2500선↓·환율 1400원↑경제 성장률 전망 잇단 하향 조정… 관세정책 현실화엔 1%대 위기3고(高) 경기지표 경고등까지… 경제펀더멘틀 강화·추가 금리 인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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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두 달여 앞두고 우리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통상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에 변동성을 키우며 환율·금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책연구기관들도 경제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4%) 하락한 2482.57로 마감하며 2500선을 하회했다. 3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대폭락했던 8월 5일(2441.55)의 블랙 먼데이 이후 석 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전장(728.84)보다 18.32포인트 내린 710.52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선을 돌파하며, 종가 기준으로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 성공 이후 종가 기준 6일 1396.2원, 7일 1396.6원, 8일 1386.4원, 11일 1394.7원을 기록했다. 연일 1400원을 넘보다가 결국 1400원선을 넘어섰다.
이는 대미 무역 흑자국가인 한국과 대만 등은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중에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리스크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실물경제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예상(2026년)보다 빨리 진행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다른 경제 분석 기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지난 11일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2%, 2.0%로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도 오는 28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 전망 및 수정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2~2.3% 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문제는 트럼프 리스크에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로 인해 우리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이미 경기지표 곳곳에 경고등이 켜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 줄었다. 이는 2022년 2분기(-0.2%) 이후 10분기 연속 감소세로, 10분기 연속 소매판매 감소는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광공업 생산 지수 역시 올 1분기 5.9%에서 2분기 4.8%로 떨어졌고, 3분기에는 2.5%에 그쳤다.
내수 부진은 고용 한파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만3000명 증가에 그치며, 4개월 만에 증가 폭이 1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2.3%로 0.2%포인트(p) 상승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도 부진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0%대 성장에서 올 1분기 깜짝 성장(1.3%)을 이끈 수출은 3분기 0.4% 감소세로 돌아섰다.전문가들은 수출 침체가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강화해 우리경제가 강력한 폭풍에 무너지지 않도록 '경제방파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한다. 트럼프발(發) 통상 정책이 본격화하는 내년 이후엔 우리 경제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상 환경의 악화가 국내 경제 리스크와 결합하지 않도록, 한국 경제 자체의 리스크 요인들을 안정화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도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과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경제의 내구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현재의 수출 실적이 정점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 살리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해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물가 안정 목표와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조금 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