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대우증권 경영진에 "ELS 발행 줄여라"요구대우증권 "직원정서 무시·우리 강점을 버리란 것이냐"반발미래에셋 "큰 그림 그릴 시점…한쪽에 쏠려있으면 안된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합병을 앞둔 대우증권 경영진에 주가연계증권(ELS) 비중을 줄이라고 요구함에 따라 피 인수자 측인 대우증권 임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우증권의 경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원의 정서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서는 미래에셋 박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측은 덩치에 걸맞는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준비라는 설명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대우증권 경영진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우증권의 ELS 판매 비중이 과도하다"며 "투자 수요를 연금자산이나 펀드로 분산해 회사 전체적으로 ELS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회장의 이같은 대우증권에 대한 ELS 비중축소 요구는 대우증권과 합병 이후 ELS 점유율이 독보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ELS는 10년에 한 번씩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금융상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지난 1분기 ELS 점유율은 14.6%로 업계에서 가장 높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9.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 4위 수준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양사가 합병할 경우 분기 발행규모는 2.5조원 수준에 점유율 25%에 육박하는 ELS 발행사가 되며 그만큼 리스크도 높아지게 된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리테일 등의 부분에서 전략이나 성과체계가 상반된 모습을 보여 합병 이후 우려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박 회장의 주문이 대우증권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증권 끌어안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경영과 전략에 대한 방향을 미리 주입해 시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강점이 브로커리지와 리테일인 반면 파생상품 판매를 줄이고, 연금사업이나 자기자본투자(PI)를 늘리도록 요구한 것은 대우증권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 한 직원은 "PB 등 일선 영업직원 개인의 능력을 중시해온 대우증권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미래에셋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며 "영업직원의 판단과 전략이 아닌 오너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면 영업직원들의 실적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ELS 발행도 대우증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대우증권 경영진에 ELS 비중을 낮추라고 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공모 발행 규모는 비슷한 수준인 반면 사모발행 부분에서 대우증권이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은데, 결국 사모 ELS발행을 줄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공모 ELS 발행은 대우증권이 6844억원, 미래에셋증권이 6607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고, 대우증권이 7718억원, 미래에셋증권이 2879억원 발행한 사모발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대우증권 직원은 "사모 ELS는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직원과 고액 자산 고객이 조건과 수익률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영업적으로 ELS에 집중을 하는 직원들도 많다"며 "결국 사모ELS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PI·베트남 투자나 연금사업 강화를 언급한 것은 회사전체의 방침과 전략에 따라 직원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미래에셋의 스타일을 종용하는 것으로 개인 역량을 중시하는 대우증권의 스타일과는 정 반대 양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측의 입장은 대우증권 직원들과 다르다. 박 회장의 발언은 자기자본 8조원, 210조의 자산을 굴리는 회사가 되는 만큼 더 넓은 투자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또 ELS의 비중축소 요구는 ELS의 녹인(원금손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경기가 빨리 바뀌는 만큼 위기 역시 자주 찾아와 고객들의 손실이 많으니 ELS를 줄이자는 것이 업계 전체의 공감대라는 측면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양사가 합쳐도 170개 지점밖에 되지 않고, 그래서 PB, 연금 등 인력이 필요하다"며 "대우증권의 좋은 인력들이 IB, PB, 연금 등의 영역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다 데려와도 모자르다는 입장으로, ELS는 여러가지 상품 중 하나에 불과하고 업계 전반적으로 ELS를 감소하려는 추세인 만큼 대체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브로커리지나 리테일 부문에 종사해온 직원들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개인자산관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이 PB 업무에 주력하면 된다"며 "국내 브로커에 한정되지 않고, 해외주식까지 커버할 수 있는 브로커리지 역량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사모ELS도 결국 PI투자인데 PI투자를 다양화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조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 프라임브로커리지 자격을 갖고 있는 회사 중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부분 국내 채권이나 사모ELS에만 몰려있는 만큼 다양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미래에셋 측의 생각이다.


    '미래에셋 배지 불패용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대우증권 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대우증권 노조는 직원을 대상으로 '미래에셋 배지 패용 안하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잔금을 치르기도 전 업무보고를 통해 피인수법인의 대표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상황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며, 직원의 정서를 무시한 밀어붙이기 식 미래에셋 박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노동조합의 입장이다.


    이과 관련해 미래에셋 측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대주주변경승인이 떨어지기 까지 만 3개월 넘는 시간 동안 대우증권의 경영과 관련된 언급은 지난 6일이 처음으로, 시기적으로 빠른 것도 아니다"라며 "피인수기업 직원의 불안감은 당연한 만큼 관계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