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조합 "승객 부담 낮췄다"에 국토부 'OK'
  • ▲ 버스터미널.ⓒ연합뉴스
    ▲ 버스터미널.ⓒ연합뉴스


    고속·시외버스 환급 수수료율이 조정된 가운데 승객 부담 완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출발 전 승객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태도지만, 출발 후 수수료율은 오히려 올린 상태여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운송약관 개정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버스운송조합의 일방적인 주장을 들어 수수료가 인하됐다는 견해여서 '깜깜이' 정책이라는 눈총을 사고 있다.

    12일 국토부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운송약관이 변경돼 환급 수수료율이 조정됐다.

    약관 변경 전에는 버스 출발 전날부터 당일 출발 전에는 10%, 출발 이후에는 이틀 후까지 20%를 각각 수수료로 제하고 환급해줬다. 사흘째부터는 환급해주지 않았다.

    이제는 버스 출발 전날부터 당일 출발 1시간 전까지는 수수료율이 5%로 기존의 절반으로 낮아졌다. 다만 버스 출발시각 1시간 이내는 종전대로 10%를 제하고 환급해준다.

    대신 버스 출발 이후 수수료율은 30%로 10%포인트 올랐다. 또한 버스가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한 이후에는 환급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버스 출발 시각이 오전 10시라면 지난달까지는 출발 전에는 10% 수수료를 떼고 환급받았다. 지금은 오전 9시 이전까지 취소하면 5% 수수료만 내면 된다. 9~10시 취소하면 기존대로 10% 수수료를 뗀다.

    버스가 출발한 10시 이후에는 지난달까지는 최대 이틀 후까지 20% 수수료를 제하고 환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버스가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만 30% 수수료를 떼고 돌려받을 수 있다. 목적지 도착 이후에는 환급이 안 된다. 환급 기간이 대폭 짧아졌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은 수수료가 인하돼 승객 부담이 많이 줄었다는 태도다. 출발 1시간 전 수수료율이 절반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버스 출발 1시간 전에 예매를 취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고속버스조합의 수수료율 인하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출발 1시간 전 수수료율은 종전과 변동이 없다.

    업무와 관련해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노모씨(39·대전 유성구)는 "보통 출발 하루 전 터미널에서 예매한다. 취소하는 경우는 대부분 출장 일정이 급하게 변경될 때"라며 "종전과 비교해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발 후 수수료율은 오른 것도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반감한다는 지적이다.

    버스 출발 후 수수료율은 20%에서 30%로 10%포인트 올랐다. 이는 버스 출발 전 수수료율이 5%포인트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2배 증가한 셈이다.

    버스 출발 이후 수수료율 변동 폭을 출발 1시간 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약관 변경 전에는 10%포인트(10→20%) 차이났지만, 변경 후에는 25%포인트(5→30%)까지 차이 난다.

    최근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쳤다는 회사원 지모씨(42·서울 강남)는 "업무가 늦어지는 바람에 서둘러 이동했지만,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막 버스가 출발한 뒤였다"며 "예매를 취소하고 다음 차를 타야 했다"고 말했다.

    지씨는 "환급 사례 중 일처리나 터미널까지 이동이 늦어져 예매한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을텐데 수수료율은 올랐다"며 "누구를 위한 수수료율 변경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 터미널 관리 경력자는 "3~4년 전에는 출발 전보다 출발 이후에 환급하는 사례가 지배적으로 많았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운송약관 개정을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조차 수수료율 조정에 따른 승객 혜택 여부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운송조합측에서 영업비밀을 이유로 버스 출발 전후 수수료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자료를 제출해도 운송조합과 터미널협회 전산망을 관리하고 있지 않아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번 수수료율 조정이 승객 부담은 줄이고 운송조합에는 손해라는 견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출발 후 수수료율도 낮추면 (운송조합이) 양쪽에서 손해를 본다"며 "목적지 도착 후 환급을 안 해주는 것은 운송서비스가 종료됐고 발권한 터미널에서만 가능해 (승객 편의를)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렇게 판단한 근거에 대해선 "(운송조합의) 제출자료가 없어 추정일뿐"이라고 답했다.

    운송조합 측의 주장만 듣고 '깜깜이' 상태에서 약관변경을 승인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 고속버스 환급 수수료 총액은 4억4307만원쯤이다. 시외버스까지 포함하면 환급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환급 수수료는 좌석제를 도입하면서 예약 취소로 말미암은 좌석 손실을 막기 위해 운영한다.

    하지만 평일 모든 노선의 고속버스 좌석이 가득 차지 않는다는 점과 다기능 교통카드 통합단말기(E-패스) 시스템 도입으로 현장 대체 판매가 쉬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급 수수료는 일정 부분 가욋돈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지난해 고속버스 평균 승차율은 50%에 그쳤다.

    운송조합 한 관계자는 "자세한 수수료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며 "수수료율 조정으로 (운송조합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