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는 난리...어느새 불감증 개당 2000~3000원 고가에 재활용 안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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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세먼지가 서울 여의도를 가득 덮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미세먼지가 서울 여의도를 가득 덮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메르스 때는 없어서 못팔았는데 지금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혔지만 마스크를 찾는 사람은 별로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반도에 침투했을 당시 대형마트, 편의점, 약국까지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늘어날수록 보건용 마스크인 N95와 KF94는 날개돋힌 듯이 팔려나갔다. 당시 온라인마켓 옥션에서는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 대비 700%이상 늘었다. 양심을 내던지고 일반 마스크를 보건용으로 둔갑해 판매한 업자까지 등장해 온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메르스를 두려워했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한반도는 매일같이 미세먼지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당시와 같은 위기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상청은 노약자와 어린이는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라고 권할 뿐 실제 거리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는 미세먼지용 마스크 값이 비싼 탓도 크다.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는 개당 2000~3000원에 달한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머리카락 1만분의 1수준이다. 이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게다가 이 마스크는 재사용도 불가능하다. 재사용 때는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효과가 반감돼 효과가 사라진다.

     

  • ▲ 황사 및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가 있는 마스크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가격이 비싸다.  ⓒ 홈플러스
    ▲ 황사 및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가 있는 마스크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가격이 비싸다. ⓒ 홈플러스



    마스크를 쓰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미세먼지가 메르스만큼 건강을 위협하지 않다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미세먼지는 황사와는 달리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황사가 중국 사막의 흙먼지 바람이라면 지름 0.01mm 이하의 미세먼지는 국내 디젤 자동차나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을 주성분으로 한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는 외교적인 문제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발암물질 배출문제 부터 재조사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치명성이 메르스만큼 강력하다고 경고한다.

    최근 미국 한 대학 연구진이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연구한 결과 미세먼지에 1시간 노출되는 것은 담배 연기를 1시간 24분 간 들이마시는 것과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미세먼지 등급이 '매우나쁨'인 162㎍/㎥이상으로 성인 남성이 1시간 가량 야외 활동하게 되면 58㎍(마이크로그램) 정도의 미세먼지를 흡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속적으로 미세먼지에 노출된 사람은 폐질환 발생률이 5배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고 금연광고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담배연기보다 우리 몸에 위험한 미세먼지를 대하는 대책은 허술하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남산N타워의 조명을 빨간색으로 비추고 안내 방송을 내는 데만 급급할 뿐 적극적인 행동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내 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이 좋은 날씨에 말이죠, 마음대로 산책도 못하게 이게 정말 뭡니까, 진짜"라고 한탄하며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딱 정해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 요소들은 국민 개개인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미세먼지 예방에 효과가 있는 마스크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탈탄소 시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전국민적인 캠페인을 여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