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 안정화되고 있다는데...단통법 이후 2천개 매장 폐업""단통법 때문에 '폐업' 말고 답 없다…특단의 대책 내놔라" 아우성
  • ▲ 서울 마포역 인근 상가의 중소휴대폰 유통점 ⓒ전상현 기자
    ▲ 서울 마포역 인근 상가의 중소휴대폰 유통점 ⓒ전상현 기자


    "이통사 직영점들이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매출이 오르지 않네요. 휴대폰이 생필품처럼 쉽게 살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일요일 외 다른날 통신사 직염점서 폰을 사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이통 3사가 중소유통점과의 상생을 위해 이번달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직영점 휴무에 돌입했지만, 현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중소 유통점들은 휴대폰이 생필품처럼 쉽고 사고 팔 수 있는 저가 물품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일요일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다른날 직영점서 휴대폰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KAIT와 이통3사를 통해 기존 월 2회 일요일 마다 쉬던 것을 매주로 변경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단통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단 목소리에 힘이 살리고 있는 분위기다.

    단통법이 시행, 보조금이 통제되면서 통신사를 옮기는 것보다 한 통신사에서 장기우대 고객 서비스를 받는게 나아 점점 한 통신사의 상품만 파는 직영점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마포역 인근 상가의 한 휴대폰 A유통점. 김밥 한줄로 외롭게 한끼를 떼우던 주인은 고개를 떨구며 가게를 내놓을 구상에 한창이다.

    직영점이 매주 일요일마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5월들어 있었던 3번의 일요일 모두 예전과 다를바 없이 매장엔 파리만 꼬였다.

    A유통점 주인은 "'이통3사 직영점 매주 일요일 휴무제'가 시행된지 보름 밖에 되지 않았지만, 5월들어 겪은 3번의 일요일 모두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면서 "단통법 시행 후 직영점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일요일만 지나가기 바라는 고객이 다반사"라고 푸념했다.

    이어 그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의 월 2회 일요일 휴무제는 주마다 장을 보는 '아줌마' 소비 특성상 전통시장 등 여러 골목상권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휴대폰은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굳이 일요일날 중소유통점을 찾아 휴대폰을 사려는 고객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용산 전자상가의 휴대폰 판매 매장에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가게 주인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듯 했다.  

    예전에는 동남아 계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중고폰을 사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우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용산 전자상가 B매장 주인은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장기 우대 고객 서비스를 주는 직영점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게다가 휴대폰이 고가의 물품이라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소비 특성상 당연히 일요일 외 다른날 직영점서 소비 및 여러 혜택을 받으려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급 휴대폰을 사려는 고객은 이제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최근 가성비 높은 중국 중저가폰이 판을 치며 중고폰 매출 역시 하락세"라며 "임대료 두달치가 밀렸다. 어떻게 내야할지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수도권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C매장은 상반기 중 테이크 아웃 만두분식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C매장 주인은 "정부는 단통법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아 간다고 말하고 있다. 또 직영점의 기존 월 2회 일요일 마다 쉬던 것을 매주로 변경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현장에선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중소 유통점을 아예 없애려고 하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직영점 매주 일요일 휴무제'보다 좀더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 태생과 성장에 있어 단말기 유통 활성화에 일조한 것은 영세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이 줄도산할 경우 시장은 더욱 과점체제로 변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단통법 체제에서 유통업자들은 폐업 말고, 다른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전국 중소 휴대폰 유통점은 2014년 2만 여개에서 지난해 1만8000개로 총 2000개 매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