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중 수익성 돋보여…채권은행 제출 자구안은 후순위1조1천억 들인 회사 시장예상가 5천억에 팔면 오히려 재무구조 악화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發 조선업황 불안에 도매금 엮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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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설이 한달 째 증권가의 이슈다. 선굵은 M&A(인수합병)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사로 시선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이 M&A의 중심에 서 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이 쉽지도 않고, 현대중공업의 매각의지 자체도 크지 않아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총 3조5000억원의 재무구조 개선안 중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포함되면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은 312억원, 2014년에는 2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3억3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억5200만원 대비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채권·기업금융 등 본사 영업부서의 수익성이 돋보이는 회사이며, 지난해에는 현대선물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현대중공업 그룹 내 금융부문 재편작업도 마쳤다.


    주채권은행 및 당국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자구안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실제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우선 시장이 예상하는 가격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오히려 재무구조 악화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미포조선으로 85.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최대주주는 지분 42.34%를 보유 중인 현대삼호중공업이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최대주주가 현대중공업(94.92%)이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하이투자증권으로 계열정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5.32%를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게 되면 매각대금은 현대삼호중공업에 납부되는데 총 매각대금의 절반 이하만을 가져오게 된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대한 시장 예상가격이 5000~6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삼호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통해 2500~3000억원만 건질 수 있는 것.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에 투입한 금액이 1조1000억원 이상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 전신 CJ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투입한 금액은 7050억원이며, 이후 잇따른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 이상을 더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당시 고가논란이 일었고, 여기에 세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1조1000억원을 쏟아부었던 하이투자증권을 6000억원 선에서 매각할 경우 현대미포조선은 매각손실을 인식하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연결 손실을 보게 된다"며 "헐값에 매각할 경우 그룹은 물론 채권은행에서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7146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을 1조원 이상에 팔 수도 없는 상황이며, 인수에 선뜻 나설만한 주체를 찾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을 키워야 하는 증권사들이 많지만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 중 가장 후순위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안이 포함돼 실제 매각 가능성 역시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주요 자구안은 투자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과 부동산 매각, 임금 반납 및 연장근로 폐지,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 지게차사업부, 태양광사업부, 로봇사업부 등 비핵심부문 분사를 통한 조직 슬림화 등이다.


    비(非)조선부문의 분사 추진을 통해 본업인 조선해양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증권가에서 IPO시장 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서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KEB하나은행이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을 포함시키라는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하이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구체적인 자구안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은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회사를 매각해야 할 이유도 없고, 매각 자체도 힘든 상황인 반면 증권가 전체가 M&A가 이슈인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설이 나와 이목이 더 집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으로 시작된 조선업계의 불황에 현대중공업이 도매금으로 묶이게 돼 자구안을 제출하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역시 이같은 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7300%에 이르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144%에 불과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사내 유보금도 12조원이 넘는다"며 "업황이 불안하다보니 채권은행에서 자구안 제출은 요구한 것이고, 요구에 따라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해서 곧바로 관리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