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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응급실에 달려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늦은 밤 아이가 아플 때, 크게 다쳤을 때,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했을 때와 같이 위급한 상황에는 서둘러 큰 병원의 응급실을 찾게 된다.
그러나 막상 응급실에 도착하게 되면 긴 대기 시간으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 이용을 권유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15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대기 시간이 긴 상위 20개 병원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수술실이나 병실로 가지 못하고 응급실에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14시간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대목동병원은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 개소를 맞아 응급 환자들의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돕기 위해 '올바른 응급실 이용법'을 11일 발표했다.
이대목동병원에 따르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환자를 안전한 지역을 옮긴 후 상태를 살피고, 무조건적으로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기보다는 응급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도 폐쇄나 호흡 곤란, 숨을 쉬지 않는 경우, 분만, 심장 마비, 의식이 없는 경우, 심한 출혈이나 화상 및 경련 환자, 물에 빠졌을 때, 중독 환자, 자살기도 등에는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동시에 반드시 119 센터에 연락해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센터에 신고할 때는 환자의 위치, 주소 및 전화번호, 문제발생 경위, 환자 상태와 수, 주위의 위험요소 유무 등 본인이 최대한 파악한 정보를 천천히 정확하게 전하고 필요에 따라 심폐소생술 등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취하는 것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한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접수순서가 아닌 위급한 사람을 먼저 치료하게 된다. 특히 대형 병원은 환자가 더욱 몰리므로 대기시간이 많이 길어질 수 있다. 대학 병원 응급실 이용이 반드시 필요한지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평소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동안 다니던 병원을 우선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의 증상이 응급인지 아닌지, 일반 병원을 찾아도 되는 것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을 때는 119센터에 상담 받을 것을 권한다. 119센터에서는 환자가 덜 붐비는 응급실이나 약국의 위치, 어떠한 응급조치가 필요할지도 안내 받을 수 있다.
심장·뇌·외상 환자와 같이 생명을 놓고 촌각을 다투는 환자는 대형 병원에 가야 한다. 중소병원의 경우 24시간 응급의학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거나 전문 치료 기기 등이 없어 적절한 응급처치가 어려울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과 같은 심장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을 느낄 때 뇌 질환의 주요 증상인 매우 극심한 두통, 시야가 흐려지거나 한쪽 팔, 다리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 하혈하거나 피를 많이 토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아플 때만큼 애타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생후 6개월 이내의 아이가 38도이거나 생후 6개월 이상의 아이가 39도 이상일 때, 열이 내리지 않고 열 경기를 일으킬 때, 평소와 달리 아이가 축 쳐져 있을 때, 먹지 말아야 할 음식물을 먹은 경우에는 즉시 응급실로 향해야 한다.
열이 났을 땐 열이 난 시간과 해열제를 투여한 시간, 소변과 대변 횟수 등을 시간대 별로 기록해 가면 진료에 도움이 되고 아기수첩이나 대기시간을 고려해 장난감, 가재손수건, 담요 등도 함께 챙겨 가면 좋다.
평소 집 주변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소아 전문 응급실이나 밤 12시까지 야간 진료하는 병원들을 미리 알아두고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해당 병원이 집에서 멀다면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 포털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가까운 응급실 혹은 응급의료센터를 확인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 보다 빠른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이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화상이나 수지 봉합이 필요할 때는 전문 응급병원을, 골절이나 찢어진 부위를 꿰매야 할 때는 중소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해도 무방하다.
전문 응급병원은 검사·치료 기기뿐 아니라 치료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또한 골절의 경우 응급처치의 프로세스가 병원마다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중소 병원 응급실에서 1차 처치를 받고 필요에 따라 부기가 빠지는 1~2주 후에 원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된다. 다친 부위를 꿰매는 것도 최소 6시간에서 최대 24시간 내에 수술하면 돼 중소 병원에서 기본 처치를 받고 가까운 성형외과에 가서 꿰매면 된다.
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황하기 때문에 평소 소아 전문 응급실 등 집 주변의 응급실 리스트를 파악해 두고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을 익혀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며 "우리나라 환자들의 경우 경증의 질환이라도 무조건 대형 병원 응급실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치료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본인 또한 시간적·경제적 손해를 볼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응급실 방문의 필요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119와 같은 전담 센터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전했다.
※Q&A로 알아보는 응급실 이용에 관한 궁금증
△응급실 방문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응급실을 찾을 때에는 평소 복용하던 약물을 파악해 오는 것이 좋다. 복용하는 약을 직접 가져오거나 약봉지를 챙겨오는 것이 가장 좋고 약물 복용시간도 체크하는 것을 권장한다. 독극물이나 약물을 마셨을 때는 해당 약물과 토사물을 가져오는 것이 빠른 해독에 도움이 된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응급실을 찾기 전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는 것도 좋다. 부위가 좁을 때는 흐르는 수돗물로 해당 부위를 약 5~10분간 식히고 부위가 넓을 때는 깨끗한 수건을 차가운 물에 적셔 화상 부위에 열을 식히는 게 도움이 된다. 단, 얼음은 동상을 유발하거나 조직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에 얼음이 상처부위에 직접 닿지 않도록 수건 등으로 감싸서 사용해야 한다.
△응급실 방문 시 건강보험증은 필수로 지참해야 하나요?
병원에서는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건강보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갈 때마다 건강보험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주민등록번호를 잘 모르는 어린 자녀나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는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개인정보법 변경 후 전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불가능하지만 환자의 식별을 위해 의료기관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하다.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치료를 받으면 입원에 해당하나요?
작년까지는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치료를 받게 되면 입원으로 처리돼 본인부담률이 20%, 그렇지 않으면 50%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입원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치료한 시간보다 내원한 환자의 증상이 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며 치료 시간이 아닌 내원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결정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급하게 응급실을 오느라 치료비를 준비하지 못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국가는 돈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자 '응급대불제도'를 마련했다.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 병원에서 대불신청서를 작성 후 제출하면 건강보험공단에 추후 개인사정에 따라 납부가 가능하다. 단, 호흡 곤란이나 의식 저하, 소아 경련, 개복술이 필요한 증상과 상처 봉합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 적용이 가능하며 몸살감기, 두드러기, 단순 두통 등의 증상은 해당되지 않는다.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청구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병원이나 의원 등에서 부담한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청구됐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과다 청구인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진료비용 확인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한 후 병원비 영수증을 인터넷에 첨부하거나 우편 또는 FAX로 보내면 된다. 국가는 비응급환자로 인한 응급실의 혼잡을 막고 병원의 응급시설 등의 운영을 위해 접수비와 별도로 '응급의료 관리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응급의료기관의 종류나 응급 증상의 정도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데 비응급환자나 경증환자에게는 청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